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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짱은 영양실조여서 수액도 맞고, 수술을 잘 마쳤다고는 하지만, 집에 와서도 기운이 전혀 없어서, 살아날 수 있는 걸까? 걱정하게 했다. 눈이 안보이는 상태로,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 수업을 받아야 했다. 화장실 모래에 쉬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래를 촉각으로 감지하자 금방 참았던 쉬를 하고, 모레를 덥고 아주 잘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 반면, 소리짱은 너무 어릴때 엄마와 헤어져서, 젖을 떼지 못했기 때문에, 음식물을 핧아서 먹어본적이 없어서,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영양실조가 심해지는 헤프닝도 겪었다. 병원에서 초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발라주면서 먹는 법을 가르쳐주자, 봇물터지듯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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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세 가지가 충족되자, 마침내, 몸도 좋아지고, 수술상처도 좋아지고 있었다. 살기 위한 투쟁이었다. 우리들도 거칠지만, 이것저것 배우고, 나아지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본다. 다만, 소리짱은 눈이 안보이니까, 그 모든 비장애고양이들에게 맞춰진 가이드들이 지시하는 내용을 한 단계 의미화시킨 후에 소리와 촉각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그 와중에 어떤 것이 잘된 번역이고, 어떤 것은 잘못된 번역인지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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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세 가지가 충족되자, 마침내, 몸도 좋아지고, 수술상처도 좋아지고 있었다. 우리들도 거칠지만, 이것저것 배우고, 나아지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본다. 다만, 소리짱은 눈이 안보이니까, 그 모든 비장애고양이들에게 맞춰진 가이드들이 지시하는 내용을 한 단계 의미화시킨 후에 소리와 촉각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그 와중에 어떤 것이 잘된 번역이고, 어떤 것은 잘못된 번역인지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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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19:17:4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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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투쟁이었다. 사료를 먹는 법을 배운 소리짱은 점점 회복에 속도를 붙여나갔다. 어린 생명은 회복도 빠르다. 소리짱은 하루 종일 잠을 잤다. 먹는 일이 끝나면, 다시 잔다. 고양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면, 등가죽을 당겨보라고 병원에서 배웠다. 등가죽이 제자리로 빠르게 돌아간다면, 괜찮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번씩 녀석의 등가죽을 당겨본다. 다행히, 영양실조는 잘 넘긴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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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둘수가 없어서, 작업실에 함께 출퇴근을 했는데, 내가 자켓 속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고양이가 놀라면, 길에서 갑자기 튀어나가게 되는데, 길거리에는 차가 다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소리짱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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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자전거 태워주니까, 오백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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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란 없었다. 우리는 항상 소리짱을 괴롭히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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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검은화면은 무언가, 뿌옇고, 흐리다.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는가? 소리들이 눈을 잘 감고 있는가. 분자들이 잘, 숨쉬고 있는가. 열쇠가, 전구가, 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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