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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집은 옥탑이었지만, 특이하게도 담장이 45도 정도 안쪽으로 기울어져서 건축이 된 옥탑이어서, 뛰어오르지 않는 이상 소리짱이 밖으로 떨어질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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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집은 옥탑이었지만, 특이하게도 담장이 45도 정도 안쪽으로 기울어져서 건축이 된 옥탑이어서, 뛰어오르지 않는 이상 소리짱이 밖으로 떨어질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잘 따라나가서 담배라도 피고 들어오곤 했었는데, 이사를 한 두번째 집은 옥상이 개방되어 있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건물의 옥상일 뿐이어서, 담장이 낮게 되어있었다. 소리짱은 어릴때부터 줄 곧 밖에 나가서 속풀이를 하고 노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밖에 못나가게 하면, 아주 불만이 폭발을 했다. 밖에 나가게 해주면, 우리들과 거리도 생기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잘 풀고 들어오는 것 같았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소리짱이 옥상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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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번째 집은 2층 짜리 단독주택이지만, 옆에 있는 건물들이랑 옥상이 연결이 되어있어서, 소리짱은 담장위에 올라가면, 옆에 건물 옥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일까. 옆에 건물의 옥상으로 연결되는 담장도 있지만,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는 담장도 있는 건데, 그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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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거리++ 소리짱 새 좋아한다. 소리짱 떨어진 적 있다. 그래서, 새 소리나는 장치 만들었었다. 떨어지지 말라고. 그런데, 실제 새가 아니라는 거 금방 안다. 어떻게 알까. 어떻게 다른걸까? 하여튼, 명확하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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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었던 것 같은데, 모처럼 봄바람이 불어서, 창문도 열고, 옥상문도 열고 환기를 하고 있었다. 옥상문이 열리니까, 기다렸단 듯이 소리짱은 옥상으로 출타를 하셨다. 한시간 쯤 지나면, 어지간히 돌아와야 하는데, 오늘은 유달리 돌아올 기미가 안보이는 중이었다. 예감이 안좋다면서, 원정씨가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당황하며 말했다. '소리짱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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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옆 건물로 넘어간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지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어디 멀리 갔는가보다.' 그런데, 조금있다가 원정씨가 나를 불러서 담장너머로 길가를 가리켰다. '쟤, 소리짱 아냐?' 여기는 2층 짜리 단독주택이니까, 실질적으로는 3층 높이다. 안경을 고쳐 쓰면서, 유심히 관찰했는데, 검은 동그라미가 길가에 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우리는 뛰어 내려갔다. 소리짱은 너무 놀라있어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고, 너무 당황해서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길가에 있어서, 소리짱이 놀라서 달아나다가 찻길에 뛰어들면 큰일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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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씨가 소리짱을 설득하는 척을 하다가, 덥썩 안았는데, 무서워하는 소리짱은 움켜쥐다가, 손톱으로 원정씨 등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소리짱을 가까이서 보니, 턱을 부딪혔는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바로 그 상태로 소리짱을 데리고, 걸어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치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한쪽 어깨를 한동안 절뚝거리는 것 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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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별로 다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눈이 안보이는 고양이는 예외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땅에 닿는 순간, 고양이 특유의 고양이 낙법을 시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리짱도 어릴때, 내 어깨에서 무작정 바닥으로 뛰어내린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모습이 마치 날다람쥐 처럼 네 다리를 활짝 펴고, 충격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뛰어내렸고, 결국은 바닥에 속수무책으로 부딪히면서 턱을 찧는 것을 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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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소리짱도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상처가 다 나아가자, 어김없이 또 문을 열어달라, 밖에 나가야겠다. 호통을 치기 시작해서, 철저히 관리감독하며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전에 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던가, 이런것은 더이상 없고, 산책에 동행하는 우리들도 한시간이고 마냥 옥상에 앉아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도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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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좋은게 없을까 해서, 한가지 묘수가 떠올랐다고 나는 생각했다. 소리짱은 새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사운드 장치를 만드는 일을 곧 잘하다보니, 소리나는 장치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가 있다.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예쁜 새소리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서, 다양한 새 소리가 주기적을 나오는 그런 장치를 하나 만들어서, 옥상의 중앙에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소리 방향지시자 같은 것으로, 담장에 올라가더라도, 내려올때는 꼭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에 새소리 장치에 소리짱을 놓아주고, 해당 장치가 땅위에-옥상위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 후에, 자신의 발로 걸어서, 주변을 탐색하거나, 돌아다니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소리짱은 자신이 스스로 딛어 이동한 공간은 빠짐없이 파악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저 장치를 중심으로 공간의 지도를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장같은데 올라섰을때, 당황스러워서, 어느 쪽으로 내려가야 땅이 있는지가 헷갈려진다면, 새소리장치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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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소리짱은 내가 만든 새소리 장치가 실제의 새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쉽게 간파해버리고, 관심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관심은 보였지만, 소리가 나는 장치로서 관심이었지, 새라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오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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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이랑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냐오옹. 우리의 언어만들기. 소리짱은 사람 흉내를 내고, 사람은 고양이 흉내를 낸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고, 듣는다. 흉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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