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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28 17:33:3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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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연쇄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것을 어떻게 좀 해야 한다. 폭력은 연쇄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아니어야 한다. 공격에는 방어가 있다. 방어를 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렇지만, '공격과 방어', '폭력과 정당방위', 그리고, '폭력과 보복' 은 다들 섬세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쌍이다.
공격을 방어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거나, 방어를 할 수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거나. 그런것은 애초에 폭력을 가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정당방위란 폭력에 대한 방어와 자기 보존을 위해 취한 행위가 상대방을 향한 반격의 형식을 취하게 되었을 때를 말한다면, 역시 애초에 폭력의 존재에 대해서 이것이 말하는 것은 없다. 요컨대, 폭력은 하나의 '의지'이자, 고유한 '선택'이다. 따라서, '보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다른 폭력이 존재할 뿐이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굴레를 벗어나갈 선택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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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 사이에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란 것도 아마 그런 것이다. 그땐 그랬었다. 나는 소리짱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소리짱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내 손과 팔을 피가 나도록 물어 뜯었다. 물고, 또 물고 계속 물면서, 더 화가 나고, 더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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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소리짱이 너무 물어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게 같이 사는 원정씨 손은 안물고요, 저의 손만 골라서 물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손으로 놀아줘서 그렇다고는 하던데,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명언을 하셨는데, '소리짱한테, 밑 보였나봐요.' 라고. 아, 그러니까, 서열에서 자기보다 밑에 서열인 존재로 파악하신 듯하다고.
나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소리짱이 너무 물어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게 같이 사는 원정씨 손은 안물고요, 저의 손만 골라서 물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손으로 놀아줘서 그렇다고는 하던데,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명언을 하셨는데, '소리짱한테, 밑 보였나봐요.' 라고. 아, 그러니까, 서열에서 자기보다 밑에 서열인 존재로 파악한 듯하다고. '네?...'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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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그 결과 쌓일데로 쌓인 분노가.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서, 그릉그릉하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무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지식도,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그 결과 쌓일데로 쌓인 분노가.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서, 그릉그릉하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무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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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의 관계는 대충 몇번의 계기를 거치면서, 달라져온 것 같다. 최초에는 '친구'였다. 우리는 친구, 소리짱이 너무 좋고, 우린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두번째는, '동물'이었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가 없다. 너는 말 못하는 동물이고, 자신의 욕구 밖에는 모르는 존재이고, 우리는 그런 존재와의 관계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폭력이 오가는 절정기가 이 두번째 시기였던 것 같다.
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소리짱과 나는 일종의 자가격리에 빠졌고, 관계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원정씨가 소리짱과의 관계를 전담하게 되었다.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지적인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드러내고,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무는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길들여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소리짱과 나는 일종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소리짱이 다가오면 도망을 가거나, 절대로 만지거나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관계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자, 원정씨가 소리짱과의 관계를 전담하게 되었다.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지적인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드러내고,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무는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길들여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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