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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28 17:04:3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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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서랍장은 부모님 댁에 있으나, 부모님은 그 서랍장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크게 혼이 나겠구나, 각오를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건 더욱 속상했다. 아니, 적어도 '너가 그랬나?' '왜 그랬나?' '어쩌다 그랬나?'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이런 이야기 왜 걸어주지 않았을까? 왜 그냥 그렇게 묵살된 것일까, 나의 존재는. 나도 그것에 대해서 이제껏 다시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의 골은 그렇게 한번 더 깊어졌다. 지금도 그 서랍장은 부모님 댁에 있으나, 부모님은 그 서랍장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크게 혼이 나겠구나, 각오를 했었고, 이런 일을 저지른 나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렇게 된 참에 지금까지 말 못한 것들을 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건 더욱 속상했다. '모를 수는 없는데...' 누가봐도 명백하게 '박살'이 난 서랍장인데, 그 일을 저지를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는데, 왜, 적어도 '너가 그랬나?' '왜 그랬나?' '어쩌다 그랬나?'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이런 이야기, 왜 걸어주지 않는 걸까? 난 또 지금 이렇게 묵살당하는 것일까. 분개하면서, 나도 그것에 대해서 이제껏 다시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의 골은 그렇게 한번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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