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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1 +5,11 @@ 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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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야' 하고 부르는 일은 평생 거의 없었고, 언제나 '소리-짱' 이라고, 짱즈케를 한다. 이름을 갓 지은때는, '소리-이!', '소리-야!' 하고 불러보기도 했었는데, 자꾸 첫음절에 강세가 붙어서, '소리'가 '쏘리'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쏘리~!' 이렇게 되는데, 영어로 '미안해, 유감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마치, '유감스러운 존재'라는 의미가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을 기피하게 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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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 잘못지었어. 이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미, 동물병원에도 그렇게 등록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서, 사태가 커져버렸던 터였고, 막상 다른 이름을 생각해도 '소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의미론적인 생각들은 우리들의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소리-짱은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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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 잘못지었어. 이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동물병원에도 그렇게 등록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서, 사태가 커져버렸던 터였고, 막상 다른 이름을 생각해도 '소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의미론적인 생각들은 우리들의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소리-짱은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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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이름같은 거, 한번 정했으면, 끝이야. 뭘 또 왜 바꿔. 인간 정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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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자기 편하게 붙인 이름이 인간들의 언어로 무슨 의미를 가지던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소리짱'에게 '소리'라는 음향은 어떤 '호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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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자기 편하게 붙인 이름이 인간들의 언어로 무슨 의미를 가지던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소리짱'에게 '소리'라는 음향은 어떤 호출-소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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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7 +29,7 @@ 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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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골목이 쩌렁쩌렁하게 울려서, 누가 와도 벌써 왔어야 할 것 같은데, 엄마 고양이는 다른 사정이 있는지 나타나지 않고, 따듯한 작업실에 앉아서,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우리들도 안절부절이었다. 나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편이었는데, 원정씨는 참다 못했는지, 셔터 문을 열고, 다시 골목길로 나가서 소리나는 쪽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그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나도 뒤늦게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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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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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업실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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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그 말을 듣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정한 것만 같이, '나를 구해줘.' 아니, '나를 구하라!' 라고 명령하듯이 우리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우리들은 약간의 손짓과 몸짓을 써서, '나를 따라와' 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그 생명체는 작은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곧 부러질 것 같은 네개의 다리를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 치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집요하고 단호한 걸음을 딛어 가면서, 우리의 뒤를 따라 들어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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