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b1a7720..d1c5a39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82,7 +82,7 @@ 하지만, 소리짱은 한없이 우울해보였다. 엄마한테 버림 받고, 형제들이랑 떨어져서, 고생도 많이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우울은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살아 남기는 했는데,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것 같았다. -3:전개 +3:추억들 ------------------- 아직 돌봄이 필요한데, 집에 혼자 둘수가 없어서, 작업실로 함께 출퇴근을 했다. 처음에는 이동장에 넣어서, 자전거 뒤에 싣고, 이동했었는데, 엄청나게 울고, 이동장 안에 쉬도 하고, 뭔가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 같았다. 한번은 이동장에 안들어가려고 하면서 내 몸에 찰싹 들러붙길래, 그대로 내가 즐겨 입던 초록색 솜잠바 속에 소리짱을 넣고 자크를 올리고 자전거를 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이었다. 지금도 소리짱이 그 자켓은 기억하는 것 같다. 원래는 고양이를 데리고 외부에서 이동할 때는 고양이가 놀라면 찻길로 튀어 나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동장에 넣거나, 몸줄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몸줄 같은 게 없기도 했고 소리짱은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심장소리나, 온기를 느끼지 않으면, 안심이 안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보자고, 잠바의 자크를 꽉 올려서 채우려고 하면, 소리짱은 저항하면서 자켓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 바람을 맞겠다고 했다. 우리는 소리짱이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 -93,17 +93,15 @@ * -시각이 없어도 거침은 없었다. 테이블이든, 세탁기든, 높이가 익숙해진 사물들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테이블 위가 항상 잘 치워져있지 않다보니, 소리짱은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갑자기 출현하는 상황을 몇번 마주하게 된다. 눈이 없는 소리짱은 특히나 어릴때는 젊은 '혈기'로 여기저기 많이 박치기를 하고 다녔다. 어지간히 조금 부딪히거나 채이는 것은 그냥 신경쓰지 않을 만큼, 세상은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테이블이 정리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많이 실망했는지, 머지 않아 뛰어 오르는 일은 그만두게 되었다. - -'소리짱, 그래도 우린 기억하고 있어. 너가 책상에도 무릎에도 뛰어올라 오곤 했었다는 걸.' +시각이 없어도 거침은 없었다. 테이블이든, 세탁기든, 높이가 익숙해진 사물들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테이블 위가 항상 잘 치워져있지 않다보니, 소리짱은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갑자기 출현하는 상황을 몇번 마주하게 된다. 눈이 없는 소리짱은 특히나 어릴때는 젊은 '혈기'로 여기저기 많이 박치기를 하고 다녔다. 어지간히 조금 부딪히거나 채이는 것은 그냥 신경쓰지 않을 만큼, 세상은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테이블이 정리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많이 실망했는지, 머지 않아 뛰어 오르는 일은 그만두게 되었다. 소리짱, 그래도 우린 기억하고 있어. 너가 책상에도 무릎에도 뛰어올라 오곤 했었다는 걸. * -눈이 안보여도, 소리짱은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요점은 고양이 스텝이다. 사뿐사뿐. 그리고, 존재를 숨긴다. 잠자리, 파리 이런것들이 나타나면, 곧잘 잡아오거나, 침을 발라서, 꼼짝못하게 만든 파리를 갖고 놀다가 버리고 간다거나. 하여튼, 거침이 없었다. 소리짱은 뒷일은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서, 옥탑방에 살 때, 바깥에 놓인 높은 사다리를 올라가서는 못 내려와서 울고 불고 난리 부리기도 했다. 지금도 옥탑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겠지. 다음엔 마당있는 집에 가서 산책냥이 도전해보자구. +눈이 안보여도, 소리짱은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요점은 고양이 스텝이다. 사뿐사뿐. 그리고, 존재를 숨긴다. 잠자리, 파리 이런것들이 나타나면, 곧잘 잡아오거나, 침을 발라서, 꼼짝못하게 만든 파리를 갖고 놀다가 버리고 간다거나. 하여튼, 거침이 없었다. 어린 시절의 소리짱은 뒷일은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어서, 옥탑에 살 때, 바깥 마당에 놓인 높은 사다리를 저 혼자 올라가서는 못 내려온다고,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울고 불고 난리 부리기도 했다. 지금도 옥탑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겠지. 다음엔 마당있는 집에 가서 산책냥이 도전해보자구. * -소리짱은 귀신처럼 우리의 위치와 몸짓을 파악한다. 눈이 안보이지만, 눈이 있는 것 처럼 고개를 움직인다. 내가 다가가면, 내 얼굴을 본다. 어떻게 아는 걸까? 예를들면, 좀 거리가 떨어진 탁자에서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도, 고개를 돌려서, 소리짱을 바라보면, 소리짱도 그것을 알아채고 나를 마주 본다. '에? 나 지금 소리 안냈는데? 어떻게 알지?' 귀신 같은 소리짱. +소리짱은 귀신처럼 우리의 위치와 몸짓을 파악한다. 눈이 안보이지만, 눈이 있는 것 처럼 고개를 움직인다. 내가 다가가면, 내 얼굴을 본다. 어떻게 아는 걸까? 예를들면, 좀 거리가 떨어진 탁자에서 앉아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서, 소리짱을 바라보면, 소리짱도 그것을 알아채고 나를 마주 본다. '에? 나 지금 소리 안냈는데? 어떻게 알지?' 마치 눈으로 보고 있는 것 처럼, 귀신 같이 알아낸다. 귀가 엄청나게 좋다고 하는 고양이는, 원래부터 시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었다. 시각은 보조적이고, 주 감각은 청각과 후각이라고 들었다. 후각은 물론 좋을테지만, 소리짱의 반응은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소리짱의 반응과 나의 행동을 집요하게 관찰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름의 가설을 세웠다. '관절' 소리와 '숨'소리를 듣는 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소리짱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하자. 고양이 인사를 하려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쭈그려 앉았은 상태에서 손을 내미는 동작을 했다고 하면, 소리짱은 손 끝을 바라본다. 그 때 내가 검지 손가락을 살며시, 구부린다면, 검지손가락을 주목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검지손가락을 구부리는 소리가 나는 것 아닐까? 관절 연골의 마찰음 같은 것이. 마찬가지로 숨소리가 나의 코에서 숨소리가 나는데, 이것은 마치 스피커와 같아서, 얼굴면에서 반사되어서 내가 바라보는 쪽으로 지향성을 갖는 소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스피커를-즉, 얼굴을 소리짱에게 향하게 되면, 소리의 에너지가 높아져서, 주목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오는지, 반사되어서 돌아오는지는 큰 차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