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4f23d4bb11669f9bfd306c141e92dc47ad7a2360 Mon Sep 17 00:00:00 2001 From: Dooho Yi Date: Mon, 8 Jun 2020 10:07:08 +0900 Subject: [PATCH] =?UTF-8?q?/=20=E2=80=98content/pages/sori/index.txt?= =?UTF-8?q?=E2=80=99?= MIME-Version: 1.0 Content-Type: text/plain; charset=UTF-8 Content-Transfer-Encoding: 8bit --- content/pages/sori/index.txt | 4 ++-- 1 file changed, 2 insertions(+), 2 deletions(-) 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99a3037..cff00d1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103,9 +103,9 @@ 소리짱은 귀신처럼 우리의 위치와 몸짓을 파악한다. 눈이 안보이지만, 눈이 있는 것 처럼 고개를 움직인다. 내가 다가가면, 내 얼굴을 본다. 어떻게 아는 걸까? 예를들면, 좀 거리가 떨어진 탁자에서 앉아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서, 소리짱을 바라보면, 소리짱도 그것을 알아채고 나를 마주 본다. '에? 나 지금 소리 안냈는데? 어떻게 알지?' 마치 눈으로 보고 있는 것 처럼, 귀신 같이 알아낸다. -귀가 엄청나게 좋다고 하는 고양이는, 원래부터 시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었다. 시각은 보조적이고, 주 감각은 청각과 후각이라고 들었다. 후각은 물론 좋을테지만, 소리짱의 반응은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 든 나는 소리짱의 반응과 나의 행동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관찰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름의 가설이 세워졌다. 관절 소리와 숨 소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소리짱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하자. 고양이 인사를 하려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쭈그려 앉았은 상태에서 손을 내미는 동작을 했다고 하면, 소리짱은 손 끝을 바라본다. 그 때 내가 검지 손가락을 살며시, 구부린다면, 검지손가락을 주목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검지손가락을 구부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닐까? 관절 연골의 마찰음 같은 것이 들리는 게 아닐까? 멀리서 떨어진 상태에서 고개를 돌린 것은 어떻게 알아채는 걸까? 나의 코에서 숨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는 어떤 지향성 스피커와 같이, 나의 안면에서 반사되어서 반향을 만들기 때문에, 소리짱에게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음량이 달라지는 현상이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이 스피커-얼굴을 돌려서, 소리짱을 향하게 되면, 소리의 에너지가 높아져서, 자신이 주목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오는지, 반사되어서 돌아오는지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귀가 엄청나게 좋다고 하는 고양이는, 원래부터 시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었다. 시각은 보조적이고, 주 감각은 청각과 후각이라고 들었다. 후각은 물론 좋을테지만, 소리짱의 반응은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 든 나는 소리짱의 반응과 나의 행동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관찰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름의 가설이 세워졌다. 관절 소리와 숨 소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소리짱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하자. 고양이 인사를 하려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쭈그려 앉은 상태에서 손을 내미는 동작을 했다고 하면, 소리짱은 손 끝을 바라본다. 그 때 내가 검지 손가락을 살며시, 구부리면, 검지손가락을 주목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검지손가락을 구부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닐까? 관절 연골의 마찰음 같은 것이 들리는 게 아닐까? 멀리서 떨어진 상태에서 고개를 돌린 것은 어떻게 알아채는 걸까? 나의 코에서 숨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는 어떤 지향성 스피커와 같이, 나의 안면에서 반사되어서 반향을 만들기 때문에, 소리짱에게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음량이 달라지는 현상이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이 스피커-얼굴을 돌려서, 소리짱을 향하게 되면, 소리의 에너지가 높아져서, 자신이 주목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오는지, 반사되어서 돌아오는지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소리짱의 앞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몸의 모든 기관을 멈춰보았다. 이때, 반드시 숨도 참아야 한다. 가능하면, 심장도 조용히 뛰게 해야 한다. 관절 하나도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 소리짱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분명히 있었는데, 없는 것 같네? 어디갔지? 하고 가까이 온다. 이때, 내 손의 마지막 위치에 대한 기억이 헷갈리고, 손의 위치를 예측하지 못해, 살짝 닿거나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아니, 이 정도로 가까우면, 냄새로 알아야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지만, '으, 더이상 숨 참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런식으로 소리 투명인간 놀이를 하고 노는 것을 한동안 즐겼다. +소리짱의 앞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몸의 모든 기관을 멈춰보았다. 이때, 반드시 숨도 참아야 한다. 가능하면, 심장도 조용히 뛰게 해야 한다. 관절 하나도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 소리짱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분명히 있었는데, 없는 것 같네? 어디갔지? 하고 가까이 온다. 이때, 내 손의 마지막 위치에 대한 기억이 헷갈리고, 손의 위치를 예측하지 못해, 살짝 닿거나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아니, 이 정도로 가까우면, 냄새로 알아야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지만, '으, 더이상 숨 참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런식으로 소리-투명인간 놀이를 하고 노는 것을 한동안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