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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는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오해하는 부분도 많고, 소리짱이 살아가는 환경은 대체로 내가 유지관리하는 공간이고, 소리짱은 이 공간을 관리하는 법을 모르거나, 다르게 관리할 것이다. 다만, 두가지의 종이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관리했을때, 어떤 타협점이 만들어져야할텐데, 그런 조율을 하는데 있어서, 훨씬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나이기 때문에, 내가 소리짱의 의견까지 종합해서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소리짱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긴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내가 원해서 취한 입장이 아니다. 다만, 소리짱도 본인이 원해서,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원했던 입장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도돌이표가 붙게 된다. 즉, 최초의 폭력은 소리짱에게 이 집에서 살아가라고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폭력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리짱을 위한 선택이라는 포장지가 발려져있기는 하다. 문래동 기계공업단지에 엄마 고양이도 없이, 소리짱을 되돌려 보낼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소리짱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이-즉, 삶의 의미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판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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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는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오해하는 부분도 많고, 소리짱이 살아가는 환경은 대체로 내가 유지관리하는 공간이고, 소리짱은 이 공간을 관리하는 법을 모르거나, 다르게 관리할 것이다. 다만, 두가지의 종(species)이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관리했을때, 어떤 타협점이 만들어져야할텐데, 그런 조율을 하는데 있어서, 훨씬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나이기 때문에, 내가 소리짱의 의견까지 종합해서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소리짱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긴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내가 원해서 취한 입장이 아니다. 다만, 소리짱도 본인이 원해서,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원했던 입장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도돌이표가 붙게 된다. 즉, 최초의 폭력은 소리짱에게 이 집에서 살아가라고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폭력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리짱을 위한 선택이라는 포장지가 발려져있기는 하다. 문래동 기계공업단지에 엄마 고양이도 없이, 소리짱을 되돌려 보낼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소리짱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이-즉, 삶의 의미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판단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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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나, 아파트에서 살던 나는 집에 혼자 있다가 부모님에 대한 분노에 크게 사로잡힌 적이 있다. 너무 화가 났는데, 아니, 어쩌면, 처음에는 화가 난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은 이런 것이다. 나는 뭔가 초조하거나, 기분이 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부모랑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것을 되새겨 가면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안방에 6칸 짜리 서랍장을 한 서랍씩 열어재꼈다가 다시 밀어넣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바퀴가 달린 고급서랍장은 미끄러지면서 열리고, 마지막까지 열리면, 멈춤 턱에 걸리면서, 탁-하고 멈추고, 마찬가지로 밀어 넣었을때도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서 큼-하고 닫히는 그런 서랍장이었는데, 아까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면서, '그 불합리한 사건',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언사', 하고 서랍을 닫고, '그 부당한 채찍질',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표정!', '그 부당한 언사!', '그 부당한 채벌!' ... 이런 식으로 화가 증폭하던 나머지, 점점 서랍을 여는 힘을 더 쏟아부어서, 마침내는 서랍이 뜯어져버린 것이다. 고급서랍장이라고 해봤자, 겉보기만 그런 것이지, 결국은 타카심으로 대충 조립된 서랍이어서 충격을 받자 타카심들이 숭숭 전부다 빠져버렸다.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극단적으로 냉정해져서, 신발장에 가서 망치를 꺼내와서 즉시 콩-콩- 살살 박아 넣으려고 해보았다. 잘 안된다. 아-씨. 짜증이 난다. 이것은 내가 알기로는 엄마 아빠의 혼수로 구입한 장롱과 서랍장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짜증이 더 난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하는 생각이 울컥하고 밀려온다. 망치를 두드리는 힘을 조절을 못하게 된다. 울화통이 터진다. 왜 안되니, 왜! 하면서, 서랍을 패기 시작했고,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그렇게 화를 터뜨린다. 손이 얼얼해져서 망치를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을때는, 결국 서랍은 망치질 자국으로 흉칙하게 뒤덥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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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나, 아파트에서 살던 나는 집에 혼자 있다가 부모님에 대한 분노에 크게 사로잡힌 적이 있다. 너무 화가 났는데, 아니, 어쩌면, 처음에는 화가 난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은 이런 것이다. 나는 뭔가 초조하거나, 기분이 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부모랑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것을 되새겨 가면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안방에 6칸 짜리 목재 서랍장을 한 서랍씩 열어재꼈다가 다시 밀어넣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바퀴가 달린 고급서랍장은 미끄러지면서 열리고, 마지막까지 열리면, 멈춤 턱에 걸리면서, 탁-하고 멈추고, 마찬가지로 밀어 넣었을때도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서 큼-하고 닫히는 그런 서랍장이었는데, 아까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면서, '그 불합리한 사건',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언사', 하고 서랍을 닫고, '그 부당한 채찍질',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표정!', '그 부당한 언사!', '그 부당한 채벌!' ... 이런 식으로 화가 증폭하던 나머지, 점점 서랍을 여는 힘을 더 쏟아부어서, 마침내는 서랍이 뜯어져버린 것이다. 고급서랍장이라고 해봤자, 겉보기만 그런 것이지, 결국은 타카심으로 대충 조립된 서랍이어서 충격을 받자 타카심들이 숭숭 전부다 빠져버렸다.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극단적으로 냉정해져서, 신발장에 가서 망치를 꺼내와서 즉시 콩-콩- 살살 박아 넣으려고 해보았다. 잘 안된다. 아-씨. 짜증이 난다. 이것은 내가 알기로는 엄마 아빠의 혼수로 구입한 장롱과 서랍장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짜증이 더 난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하는 생각이 울컥하고 밀려온다. 망치를 두드리는 힘을 조절을 못하게 된다. 울화통이 터진다. 왜 안되니, 왜! 하면서, 서랍을 패기 시작했고,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그렇게 화를 터뜨린다. 손이 얼얼해져서 망치를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을때는, 결국 서랍은 망치질 자국으로 흉칙하게 뒤덥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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