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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17 14:32:3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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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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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검은화면은 무언가, 뿌옇고, 흐리다.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않아있는가? 소리들이 눈을 잘 감고 있는가. 분자들이 잘, 숨쉬고 있는가. 열쇠가, 전구가, 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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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가, 물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파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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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막고, 또 그 위에, 헤드폰을 낀다. 음악을 크게 튼다. 귀를 막고, 귀는 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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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그제였나, 어떤 작가를 두고, 원정이 '빅네임'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였는지, 무언가 그 사람의 작업과 태도를, 그 미술계 미술-미술 거리는 '짓'을 보고 있자니, 혐오가 치고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분개를 혹은 그 혐오를 사방팔방에 내뿜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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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말이다. 누군가가, 연구모임같은 것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었는데, 예상되는 멤버들을 보면, 꽤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 - 그러니까, 뭘 '내놓으라' 는 걸까. - 아무튼, 내놓으라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 다이아몬드 처럼 박혀서 빛이 나고 있더라. 모지? 부러운걸까, 나는. 아님 모지, 왜케 싫지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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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작업 프로필 페이지를 보다가는, 또한, 울고 싶어지기도 하다가, 문득, 아- 이 사람의 작업은 나에게 괜찮은걸까. 혐오스럽지는 않은데, 다만, 눈물이 날것 같은 이유는 뭘까, 그건 그저 무슨 '작업이 좋아서요, 감동'. 같은 것이 아니라, 나를 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처지여서. 그런가, 싶다. 나도 이런데, 우리는 이렇게 해서, 잘 지낼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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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런 '빅네임'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사실, 좋은 걸까. 나는 이들과 이들이 속하려고 노력하는 세계의 그 혐오스러움을 어떻게 메타화 시키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 그래. 이런이런 조건들 속에서, 그것에 맞춰가며 이렇게 저렇게 잘, 그 기득권자와 권력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잘, 풀었구나.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별로 관심없는 그런 '저들만의 리그'에 해당하는 그렇고 그런 예술, 시나라까먹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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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일단 그래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 심사위원은 외국사람이더라,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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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그래서, 상금이라는게 고작 2천만원이더라, 이건 뭐 내가 다니던 회사의 1년간 봉급에서, 보너스 정도 될까 말까한 금액이고, 지금 내가, 일용직으로 프로젝트 계약해서 1건당 받는 개발 용역 비용보다 약간 더 되는 금액에 해당하는데, 그게 고작. 그 대단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의 상금의 액수가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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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계가 얼마나 피폐하고, 가난하고, 열악한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져 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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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상황이니, ... 결국, 그렇게 시나라까먹는 소리들을 잘 끼워 맞춰서, 하는 것을 나는 응원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나는 한국 역사/ 민족/ 문화. 그런 이야기 거대서사. 정말 혐오한단다. 그건 나와는 관계가 없어. 그냥 관계만 없으면 다행이게? 관계가 없는데, 관계를 지우는 걸 뭐라고 하니? '압제'와 '주입'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숨이 막히고,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그런 게 바로 그런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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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이걸 내가 받아주고, 그런 사람들이랑도 희희낙락 웃으면서 같이 작업해야 하고, 또 나도 그들처럼 되려고 잘 살펴보아야하고, '성공'해서 고작 이천만원이들 손에 잠깐 쥐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서, 기자양반들한테도 잘 받아적으라고, 작가님 말씀 잘 읊어야 하고.... 그런거냐 지금. 아, 그런거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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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