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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5 +76,62 @@ 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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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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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원래 공식적으로는 '소리'가 이름인데, 약간 일본식이랄까? ~짱을 붙여서 부른다. 게다가, 원래 ~짱이라는 건 여성에게 붙이는 접미사라는데, '소리'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성 고양이이지만, 어쨌든 입에 붙어버려서, '소리짱'이다. 소리짱에게 변명하자만, 나도 남성이지만, 두호짱으로 부르고, 불리니까, 아 그런거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하고 생각해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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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식 호흡과 복식 호흡이 있다. 사실, 형은 교회에서 찬양단원이었는데, 합창과 중창. 이런것들에 대해서 무언가 매료라도 된것인지. 꽤나 열심히 했었다. 대학에 가서도 합창단에 들어가서 활동했었다. 어쨌든 그래서, 대학 생활을 하던 시절에 항상 노력하던 것이, 복식 호흡이란 것인데, 나는 그것을 좀 따라해보려고 노력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나?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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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흉식 호흡은 나쁘고, 복식 호흡은 좋다. 라는 이분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내가 따라 하는 유투브 요가에서는 사실, 두가지를 다 사용하고 훈련하고 있었지. 흉식 호흡은 또 그 나름대로 다른 묘미가 있다. 산소포화도를 강하게 올리는 느낌이 주는 운동감도 있다. 숨은 숨이다. 좋은 숨과 나쁜 숨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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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고 지낸다. 그럴수록 더, 어떤 수행에 있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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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짱에 대한 이야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사실 어떤 폭력에 대한 것이다. 폭력. 나는 소리짱을 죽으라고, 발로 걷어찬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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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는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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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나의 생각이나 관점이란 것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로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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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계속해서 방황하는 사물이거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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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님이 '아, 이런 이야기들을 이대로 실는 것이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나는, '글쎄요, 아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지 않을까요?' 라고 늑장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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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늑장을 부리는 것이 일생의 사업이다. 언제나 늑장을 부리고 앉아있다. 나무늘보라는 동물이 있는데, 실제로 본적은 없다만, 어린이 과학만화책에 그려진 나무늘보의 모습과 형태는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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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간히도 그 동물이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싶기도 하다. 너는 마치, 하나의 비닐봉다리처럼 나뭇가지에 긴 두팔로 메달려있었다. 그 늘어진 팔이란, 정말 아스팔트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두말할 것도 없이, 중력에 오로지 지배당하는 축 늘어진 팔이었다, 그것은 더이상 생명체의 그것도 아닌 것 처럼, 마치 수박이 든 비닐봉지의 손잡이 부분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것 처럼, 정확하고 물리적으로 효율적인 타원을 그리며, 너의 익살스러운 얼굴과 몸덩어리를 그 주머니 안에 그저 담고만 있는 것이었다. 저러고 열두시간이고 메달려있을수 있다던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간에 세상 모릅니다 하고, 그저 메달려 있기만 할 수가 있다는 것이 너의 일상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아. 하고 눈이 멈춰버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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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원래 그렇게 '냐옹, 냐옹' 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었다. '냐옹, 냐옹' 하는 것은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집사들한테 말을 거는 것이거나,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이지, 그들의 언어생활속에 '냐옹, 냐옹'이란 것이 그다지 유의미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였다. 여튼, 소리짱도 말 수 없는 고양이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갑자기, 우리들의 말을 따라하기 시작을 했다. 마치, 말을 거는 것과 같이. 그러고 나서, 나의 분노조절장애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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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짱이 아주 애기 였을때, 그러니까, 영양실조로 비틀거리면서,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서, 빽- 빽- 울어대면서, 우리들의 발걸음을 따라서, 작은 발로, 거인처럼 땅을 진동하면서, 우리의 작업실로 따라, 걸어들어왔을때는, 그리고, 10월 말의 추운 날, 따뜻한 화목난로 곁에서, 낯설은 두명의 구조자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던 그 날에는, 곧 쓰러질 것 처럼, 비틀 거리고 있었지만, 휏대위에서 조는 참새 처럼, 쓰러질듯 쓰러질듯 하지만, 겨우 메달려있는 작은 참새 새끼처럼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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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집에 데려와서, 우유? 라도 줘보았는데, 먹지 않고. 그런데, 먹고 싶은데, 먹지를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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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게 되지 않을까. 하다가, 병원에 가서 두 눈을 제거하고 다시 집에 돌아왔을때는, 아직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하늘이 꺼질 것 처럼 우울하던지. 너의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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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문을 꼭 닫고만 있는 너에게 내가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 손으로 소리를 내면서, 하는 소리극장 같은 것이었지. 아마, 이거 병원도 가기 전에 시작했었나? 싶기도 하고. 정확히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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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몸의 기운을 차리고, 많이 자고, 그런다음에는, 손 소리 놀이에 푹 빠져들었지. 그때는, 귀여웠지, 물어도 귀엽게 물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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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았더랬지, 손으로 놀아주면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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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손이 장난감이 된 소리짱은, 이후로도 내 손은 물어도 되는 물건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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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나도록 깨물어서, 나의 분노를 있는대로 사는 소리짱이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손 무는 고양이 버릇 고치는 방법들이란 것들도, 다 눈이 보이는 고양이를 위한 것들이었는지 잘 되지를 않았다. 일단 눈을 마주보고, 권위있게 내려다 보는 시선... 이런것은 상대방이 눈이 없으니까, 잘 될리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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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소리짱에게 있어서, 나의 손과 나의 입과 나의 몸이 하나의 연결된 객체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눈은 연결을 파악할 수 있지만, 소리와 막연한 동시성, 냄새가 유사한 것. 이런것들이 이 모든 '소리현상' '감각현상'들의 하나의 개체로 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시킬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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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그다니, 좋은 집사들이 되지를 못한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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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찰이 안그래도 어린 소리짱에게 없을리가 없다. 다음 문제는 쉬를 하는 문제인데, 처음에는, 시멘트 같은 회색 색깔의 모레 화장실을 사용했었는데, 금방 적응을 잘했었다. 그런다음에는 두부모래로 바꿨는데, 아 이게, 바꾸는게 정말 싫은 건지.. 맘에 안드는 건지, 냄새가 나는 건지, 이불에도 쉬하고, 방에도 쉬하고, 방광염도 자주 걸려서, 그것때문에 쉬하고, 옷에도 하고, 내 다리에도 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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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안보이니까, 탁자위에 두었던 아끼는 찻잔들도 몇개 소리짱 너가 깨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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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러그러 저러저러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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