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rst b/content/pages/sori/index.rst index 60028bd..08d42d9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rst +++ b/content/pages/sori/index.rst @@ -3,7 +3,13 @@ sori 2020/05/22, 17:03:08, +0900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소리'라고 한다. '소리야' 하고 부르는 일은 평생 거의 없고, 대부분, '소리-짱' 이라고, 짱즈케를 한다. '소리-이', '소리-야' 하고 부르려고 했을 때도, 있기는 했었다, 이름 지은 지 얼마 안됐었을때는. 왜 그런지는 몰라도, 자꾸 첫음절에 강세가 붙다보면, '소리'가 '쏘리'가 되곤 했는데, 영어로 미안하다, 유감이다가 연상되는 바람에, 기피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이름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미, 동물병원에 갔을때, 그렇게 정해졌기도 하고, 막상 우리들도 '소리'라는 이름이 입에 붙어버려서, 다른 것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또, 소리-짱도,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고, 그 '소리'가 인간들의 언어로 무슨 의미를 가지던 상관없는 것 같았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내심 다짐했다.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야' 하고 부르는 일은 평생 거의 없었고, 언제나 '소리-짱' 이라고, 짱즈케를 한다. 이름을 갓 지은때는, '소리-이!', '소리-야!' 하고 불러보기도 했었는데, 자꾸 첫음절에 강세가 붙어서, '소리'가 '쏘리'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쏘리~!' 이렇게 되는데, 영어로 '미안해, 유감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마치, '유감스러운 존재'라는 의미가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을 기피하게 된 것도 있다. + +'아, 이름 잘못지었어. 이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미, 동물병원에도 그렇게 등록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서, 사태가 커져버렸던 터였고, 막상 다른 이름을 생각해도 '소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의미론적인 생각들은 우리들의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소리-짱은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 +'아놔. 이름같은 거, 한번 정했으면, 끝이야. 뭘 또 왜 바꿔. 인간 정부 물러가라!' + +인간들이 자기 편하게 붙인 이름이 인간들의 언어로 무슨 의미를 가지던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소리짱'에게 '소리'라는 음향은 어떤 '호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