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8577725..5148757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3,7 +3,7 @@ sori|lost/tr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야' 하고 부르는 일은 평생 거의 없었고, 언제나 '소리-짱' 이라고, 짱즈케를 한다. 이름을 갓 지었을 때는, '소리-이!', '소리-야!' 하고 불러보기도 했었는데, 자꾸 첫음절에 강세가 붙어서, '소리'가 '쏘리'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면, 영어로 '미안해, 유감이다'라는 의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런 발음을 피하려고 하다보니, '소리짱'이 된 것도 있다. -'아. 이름 잘못지은 것 같아. 이름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동물병원에도 그렇게 등록했지,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 사태가 커져버린 상황이었다. 막상 다른 이름을 생각해내서, 연습을 해보아도 '소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의미론적인 생각들은 우리들의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소리짱은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아. 이름을 잘못지은 것 같아. 이름을 바꿔야겠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동물병원에도 그렇게 등록했지,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 사태가 커져버린 상황이었다. 막상 다른 이름을 생각해내서, 연습을 해보아도 '소리'라는 이름으로 돌아와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의미론적인 생각들은 우리들의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소리짱은 그다지 상관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 '인간. 이름같은 건, 한번 정했으면, 끝이야. 뭘 또 왜 바꾸자는 거야, 독재 인간 정부 물러가랏!' @@ -11,7 +11,7 @@ sori|lost/tr * -소리짱을 만난 것은, 2016년 10월 어느날, 문래동 기계공장들이 많은 골목의 어느 한켠, 창고를 작업실로 쓰고 있었던 시절의 일이었다. 겨울이 오려는가 바람도 세차고, 제법 쌀쌀한 날이었다. 작업실에는 화목난로가 있었고, 장작을 두어개 태우면서, 온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작업실로 사용하던 창고는 큰 길가에 나온 점포들의 뒤켠에 있었기 때문에, 점포들의 사잇길로 한 번 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서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이 좁은 골목길에는 작업실 공간 외에도, 사람 사는 집들도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소리짱을 만난 것은, 2015년 10월 어느날, 문래동 기계공장들이 많은 골목의 어느 한켠, 창고를 작업실로 쓰고 있었던 시절의 일이었다. 겨울이 오려는가 바람도 세차고, 제법 쌀쌀한 날이었다. 작업실에는 화목난로가 있었고, 장작을 두어개 태우면서, 온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작업실로 사용하던 창고는 큰 길가에 나온 점포들의 뒤켠에 있었기 때문에, 점포들의 사잇길로 한 번 들어오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서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이 좁은 골목길에는 작업실 공간 외에도, 사람 사는 집들도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