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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26 22:28: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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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별로 다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눈이 안보이는 고양이는 예외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땅에 닿는 순간, 고양이 특유의 고양이 낙법을 시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리짱도 어릴때, 내 어깨에서 무작정 바닥으로 뛰어내린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모습이 마치 날다람쥐 처럼 네 다리를 활짝 펴고, 충격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뛰어내렸고, 결국은 바닥에 속수무책으로 부딪히면서 턱을 찧는 것을 보았었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소리짱도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상처가 다 나아가자, 어김없이 또 문을 열어달라, 밖에 나가야겠다. 호통을 치기 시작해서, 철저히 관리감독하며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전에 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던가, 이런것은 더이상 없고, 산책에 동행하는 우리들도 한시간이고 마냥 옥상에 앉아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도 짧아졌다.
*
뭔가 좋은게 없을까 해서, 한가지 묘수가 떠올랐다고 나는 생각했다. 소리짱은 새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사운드 장치를 만드는 일을 곧 잘하다보니, 소리나는 장치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가 있다.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예쁜 새소리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서, 다양한 새 소리가 주기적을 나오는 그런 장치를 하나 만들어서, 옥상의 중앙에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소리 방향지시자 같은 것으로, 담장에 올라가더라도, 내려올때는 꼭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에 새소리 장치에 소리짱을 놓아주고, 해당 장치가 땅위에-옥상위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한 후에, 자신의 발로 걸어서, 주변을 탐색하거나, 돌아다니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소리짱은 자신이 스스로 딛어 이동한 공간은 빠짐없이 파악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저 장치를 중심으로 공간의 지도를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장같은데 올라섰을때, 당황스러워서, 어느 쪽으로 내려가야 땅이 있는지가 헷갈려진다면, 새소리장치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소리짱은 내가 만든 새소리 장치가 실제의 새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쉽게 간파해버리고, 관심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관심은 보였지만, 소리가 나는 장치로서 관심이었지, 새라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오해였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소리짱도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상처가 다 나아가자, 어김없이 또 문을 열어라, 지금 당장 밖에 나가야겠다. 호통을 치기 시작해서, 집사의 철저한 동행을 전제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전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낸다던가, 이런것은 더이상 없고, 산책에 동행하는 우리들도 한시간이고 마냥 옥상에 앉아있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바람을 즐기고, 새들과 담소할 시간이 짧아져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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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검은화면은 무언가, 뿌옇고, 흐리다.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는가? 소리들이 눈을 잘 감고 있는가. 분자들이 잘, 숨쉬고 있는가. 열쇠가, 전구가, 쨈이.
*
가지가, 물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파란색.
귀를 막고, 또 그 위에, 헤드폰을 낀다. 음악을 크게 튼다. 귀를 막고, 귀는 맑고.
엇그제였나, 어떤 작가를 두고, 원정이 '빅네임'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였는지, 무언가 그 사람의 작업과 태도를, 그 미술계 미술-미술 거리는 '짓'을 보고 있자니, 혐오가 치고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분개를 혹은 그 혐오를 사방팔방에 내뿜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오늘도 말이다. 누군가가, 연구모임같은 것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었는데, 예상되는 멤버들을 보면, 꽤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 - 그러니까, 뭘 '내놓으라' 는 걸까. - 아무튼, 내놓으라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 다이아몬드 처럼 박혀서 빛이 나고 있더라. 모지? 부러운걸까, 나는. 아님 모지, 왜케 싫지 이게.
누군가의 작업 프로필 페이지를 보다가는, 또한, 울고 싶어지기도 하다가, 문득, 아- 이 사람의 작업은 나에게 괜찮은걸까. 혐오스럽지는 않은데, 다만, 눈물이 날것 같은 이유는 뭘까, 그건 그저 무슨 '작업이 좋아서요, 감동'. 같은 것이 아니라, 나를 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처지여서. 그런가, 싶다. 나도 이런데, 우리는 이렇게 해서, 잘 지낼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빅네임'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사실, 좋은 걸까. 나는 이들과 이들이 속하려고 노력하는 세계의 그 혐오스러움을 어떻게 메타화 시키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 그래. 이런이런 조건들 속에서, 그것에 맞춰가며 이렇게 저렇게 잘, 그 기득권자와 권력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잘, 풀었구나.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별로 관심없는 그런 '저들만의 리그'에 해당하는 그렇고 그런 예술, 시나라까먹는 소리들.
근데, 일단 그래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 심사위원은 외국사람이더라, 어이가 없었다.
근데, 그래서, 상금이라는게 고작 2천만원이더라, 이건 뭐 내가 다니던 회사의 1년간 봉급에서, 보너스 정도 될까 말까한 금액이고, 지금 내가, 일용직으로 프로젝트 계약해서 1건당 받는 개발 용역 비용보다 약간 더 되는 금액에 해당하는데, 그게 고작. 그 대단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의 상금의 액수가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니.
이 세계가 얼마나 피폐하고, 가난하고, 열악한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져 올 정도이다.
그런 상황이니, ... 결국, 그렇게 시나라까먹는 소리들을 잘 끼워 맞춰서, 하는 것을 나는 응원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나는 한국 역사/ 민족/ 문화. 그런 이야기 거대서사. 정말 혐오한단다. 그건 나와는 관계가 없어. 그냥 관계만 없으면 다행이게? 관계가 없는데, 관계를 지우는 걸 뭐라고 하니? '압제'와 '주입'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숨이 막히고,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그런 게 바로 그런것이란다.
그런데도, 이걸 내가 받아주고, 그런 사람들이랑도 희희낙락 웃으면서 같이 작업해야 하고, 또 나도 그들처럼 되려고 잘 살펴보아야하고, '성공'해서 고작 이천만원이든, 손에 잠깐 쥐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서, 기자양반들한테도 잘 받아적으라고, 작가님 말씀 잘 읊어야 하고.... 그런거냐 지금. 아, 그런거냐 정말.
흠.
* * *
세상이, 잘못된 것이 많이 있다.
그건, 내가 그것들이 '잘못되었어'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는 건, 사실 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세상을 역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식 및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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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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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겔 운동은, 항문을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라는데, 출산 후 산후조리에도 좋고, 남성은 전립선 강화에도 좋단다, 여튼 성감도 좋아진다고 하고..
조이는 과정에서 실로 꽤메져서 위로 당겨지는 느낌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뭐랄까. 알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내가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내 코끝에서 내 항문과 요도가 꿰메어진 흰 명주실이 팽팽하게 당겨 올려지는 것에 대한 명상.
조이는 과정에서 실로 꽤메져서 위로 당겨지는 느낌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뭐랄까. 알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내가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내 코끝에서 내 항문을 동그랗게 단추처럼 꿰매면서, 회음부를 지나 음경을 통과해서, 귀두 끝에 오줌구멍을 좌우로 한번 관통해서 흰 명주실이 팽팽하게 당겨 올려지는 것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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