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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끝을 물어서 귀 끝이 살이 약간 2미리 정도 떨어졌는데, '맛 좀 봐라. 통쾌하다!' 했었는데, 이게 아, 금방 자랄줄 알았는데, 몇개월이 지나도, 귀에서 떨어진 살점이 회복이 안되는 거야. 아니, 이게 계속 그 부분이 그 상태로 이쁜 귀가, 타원으로 이쁘게 생겼는데, 거기만 쪼금 살점이 떨어져있어 가지고, 아, 내가 진짜, 안타깝고 미안했었는데, 소리짱은 모 사실 상관도 하지 않고, 그냥 물고, 쉬하고, 사고치는 것은 여튼 그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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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끝을 물어서 귀 끝이 살이 약간 2미리 정도 떨어졌는데, '맛 좀 봐라. 통쾌하다!' 했었는데, 이게 아, 금방 자랄줄 알았는데, 몇개월이 지나도, 귀에서 떨어진 살점이 회복이 안되는 거야. 아니, 이게 계속 그 부분이 그 상태로 이쁜 귀가, 타원으로 이쁘게 생겼는데, 거기만 쪼금 살점이 떨어져있어 가지고, 아, 내가 진짜, 안타깝고 미안했었는데, 소리짱은 모 사실 상관도 하지 않고, 그냥 물고, 쉬하고, 사고치는 것은 여튼 그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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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한 일년 좀더 지나면서는 없어지더라, 너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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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한 일년 좀더 지나면서는 없어지더라, 너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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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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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있다. 그건, 녀석이 기여한 부분도 있고, 내가 기여한 부분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그런 상황을 함께 만들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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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집사라는 프레임에서는 귀여운 고양이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오직 집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고양이는 지능 발달이 인간으로 치면, 두 살 반에서 멈춘다고 한다. 처음으로 찾아갔던 동물 병원의 원장 선생님은 소리짱을 '아가'라고 부르셨다. 그리고, 나는 그 아가의 보호자였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반려동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하면, 그 문제는 일방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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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오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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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는 서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오해하는 부분도 많고, 소리짱이 살아가는 환경은 대체로 내가 유지관리하는 공간이고, 소리짱은 이 공간을 관리하는 법을 모르거나, 다르게 관리할 것이다. 다만, 두가지의 종이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관리했을때, 어떤 타협점이 만들어져야할텐데, 그런 조율을 하는데 있어서, 훨씬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존재가 나이기 때문에, 내가 소리짱의 의견까지 종합해서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소리짱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긴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내가 원해서 취한 입장이 아니다. 다만, 소리짱도 본인이 원해서,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원했던 입장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도돌이표가 붙게 된다. 즉, 최초의 폭력은 소리짱에게 이 집에서 살아가라고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폭력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소리짱을 위한 선택이라는 포장지가 발려져있기는 하다. 문래동 기계공업단지에 엄마 고양이도 없이, 소리짱을 되돌려 보낼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소리짱의 안전과 건강과 행복이-즉, 삶의 의미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판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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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것은 폭력으로 점철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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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나, 아파트에서 살던 나는 집에 혼자 있다가 부모님에 대한 분노에 크게 사로잡힌 적이 있다. 너무 화가 났는데, 아니, 어쩌면, 처음에는 화가 난 것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은 이런 것이다. 나는 뭔가 초조하거나, 기분이 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부모랑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것을 되새겨 가면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중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안방에 6칸 짜리 서랍장을 한 서랍씩 열어재꼈다가 다시 밀어넣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바퀴가 달린 고급서랍장은 미끄러지면서 열리고, 마지막까지 열리면, 멈춤 턱에 걸리면서, 탁-하고 멈추고, 마찬가지로 밀어 넣었을때도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서 큼-하고 닫히는 그런 서랍장이었는데, 아까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면서, '그 불합리한 사건',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언사', 하고 서랍을 닫고, '그 부당한 채찍질', 하고 서랍을 열고, '그 부당한 표정!', '그 부당한 언사!', '그 부당한 채벌!' ... 이런 식으로 화가 증폭하던 나머지, 점점 서랍을 여는 힘을 더 쏟아부어서, 마침내는 서랍이 뜯어져버린 것이다. 고급서랍장이라고 해봤자, 겉보기만 그런 것이지, 결국은 타카심으로 대충 조립된 서랍이어서 충격을 받자 타카심들이 숭숭 전부다 빠져버렸다.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극단적으로 냉정해져서, 신발장에 가서 망치를 꺼내와서 즉시 콩-콩- 살살 박아 넣으려고 해보았다. 잘 안된다. 아-씨. 짜증이 난다. 이것은 내가 알기로는 엄마 아빠의 혼수로 구입한 장롱과 서랍장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짜증이 더 난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하는 생각이 울컥하고 밀려온다. 망치를 두드리는 힘을 조절을 못하게 된다. 울화통이 터진다. 왜 안되니, 왜! 하면서, 서랍을 패기 시작했고,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그렇게 화를 터뜨린다. 손이 얼얼해져서 망치를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을때는, 결국 서랍은 망치질 자국으로 흉칙하게 뒤덥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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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서랍장은 부모님 댁에 있으나, 부모님은 그 서랍장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크게 혼이 나겠구나, 각오를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건 더욱 속상했다. 아니, 적어도 '너가 그랬나?' '왜 그랬나?' '어쩌다 그랬나?'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이런 이야기 왜 걸어주지 않았을까? 왜 그냥 그렇게 묵살된 것일까, 나의 존재는. 나도 그것에 대해서 이제껏 다시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의 골은 그렇게 한번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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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나 사이에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란 것도 아마 그런 것이다. 그땐 그랬었다. 나는 소리짱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소리짱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내 손과 팔을 피가 나도록 물어 뜯었다. 물고, 또 물고 계속 물면서, 더 화가 나고, 더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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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소리짱이 너무 물어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게 같이 사는 원정씨 손은 안물고요, 저의 손만 골라서 물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손으로 놀아줘서 그렇다고는 하던데,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명언을 하셨는데, '소리짱한테, 밑 보였나봐요.' 라고. 아, 그러니까, 서열에서 자기보다 밑에 서열인 존재로 파악하신 듯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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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 원정씨를 향해서는 어떤 존경의 태도를 보여주는 편인데, 나한테는 뭔가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꾸 물리는 것 때문에, 나는 사실 소리짱이랑 더이상 같이 살 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화가 너무 나기 시작했다. 물 때, 목 뒷덜미를 잡아서, 떼어서 바닥에 내려놓아주는데, 목을 내가 풀어주자 마자, 다시 달려들어서, 하이에나 처럼 물어뜯는다. 그러면, 어느 순간 분노조절장애에 걸린 나는 소리짱을 바닥에 집어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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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그 결과 쌓일데로 쌓인 분노가.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서, 그릉그릉하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무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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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의 관계는 대충 몇번의 계기를 거치면서, 달라져온 것 같다. 최초에는 '친구'였다. 우리는 친구, 소리짱이 너무 좋고, 우린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두번째는, '동물'이었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가 없다. 너는 말 못하는 동물이고, 자신의 욕구 밖에는 모르는 존재이고, 우리는 그런 존재와의 관계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폭력이 오가는 절정기가 이 두번째 시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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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소리짱과 나는 일종의 자가격리에 빠졌고, 관계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원정씨가 소리짱과의 관계를 전담하게 되었다.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지적인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드러내고,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무는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길들여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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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소리짱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소리짱은 이제 원정씨한테도 물지 말것을 강하게 주의를 받게 되었고, 나는 내심, '거봐라, 소리짱. 쌤통.' 이렇게 생각했지만, 결국은 소리짱의 입지가 없어져서, 안타까왔다. 이제 '존경하는' 원정씨한테도 주의를 받고, 혼나니까, 속상하겠구나. 소리짱도 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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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은 일종의 '말'과 같은 것이었다. 어느날 부터 인가 소리짱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배웠는지, 문득 들으면, 사람이 말하는 것 처럼, 무언가 감정이나 의사가 막연하게 느껴지는 그런 소리들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는 것은 여전했지만, 물다가 주의를 받으면, 거리를 두고 앉아서, 그 속상함을 뭔가 불만스럽게 칭얼대는 소리로서 표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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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는 사실, 또 다른 폭력사건과 연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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