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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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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은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야' 하고 부르는 일은 평생 거의 없었고, 언제나 '소리-짱' 이라고, 짱즈케를 한다. 이름을 갓 지었을 때는, '소리-이!', '소리-야!' 하고 불러보기도 했었는데, 자꾸 첫음절에 강세가 붙어서, '소리'가 '쏘리'가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면, 영어로 '미안해, 유감이다'라는 의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런 발음을 피하려고 하다보니, '소리짱'이 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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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마침내, 정적이 찾아왔다. 세상도 한숨을 내리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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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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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실을 쓰던 분이 기르던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그 고양이들도 손바닥만큼 작을 때 부터 길러졌는데, 몇번 주인분의 부탁으로 돌봐준적이 있기는 했었다. 이제는 베테랑 캣맘이 되신 그 분께 긴급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만화책에서 본 대로,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라고 줬는데,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는다. 다만, 화목난로 옆에서 오똑이처럼 서서 쉬고 있는 소리짱은 이따금씩 웅크린 몸의 균형을 잃는 듯한 동작을 했다. 지금 비틀거린건지, 아니면 꾸벅하고 졸고 있는 건지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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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리짱은 한없이 우울해보였다. 엄마한테 버림 받고, 형제들이랑 떨어져서, 고생도 많이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우울은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살아 남기는 했는데,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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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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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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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봄이 필요한데, 집에 혼자 둘수가 없어서, 작업실로 함께 출퇴근을 했다. 처음에는 이동장에 넣어서, 자전거 뒤에 싣고, 이동했었는데, 엄청나게 울고, 이동장 안에 쉬도 하고, 뭔가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 같았다. 한번은 이동장에 안들어가려고 하면서 내 몸에 찰싹 들러붙길래, 그대로 내가 즐겨 입던 초록색 솜잠바 속에 소리짱을 넣고 자크를 올리고 자전거를 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이었다. 지금도 소리짱이 그 자켓은 기억하는 것 같다. 원래는 고양이를 데리고 외부에서 이동할 때는 고양이가 놀라면 찻길로 튀어 나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동장에 넣거나, 몸줄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몸줄 같은 게 없기도 했고 소리짱은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심장소리나, 온기를 느끼지 않으면, 안심이 안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보자고, 잠바의 자크를 꽉 올려서 채우려고 하면, 소리짱은 저항하면서 자켓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 바람을 맞겠다고 했다. 우리는 소리짱이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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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자전거 태워주니까, 오백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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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들은 소리짱처럼 눈이 없는 고양이인데도 어깨냥이에다가, 산속에서 산책하는 고양이의 냥스타그램 등을 발견하고, 소리짱도 산책냥이가 될 소질이 있다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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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들은 소리짱처럼 눈이 없는 고양이인데도 어깨냥이에다가, 산속에서 산책도 하는 멋쟁이 고양이의 냥스타그램 등을 발견하고, 소리짱도 산책냥이가 될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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