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a4cd4d1..adb792b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257,13 +257,15 @@ \* -지금도 그 서랍장은 부모님 댁에 있으나, 부모님은 그 서랍장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이제 크게 혼이 나겠구나, 각오를 했었고, 이런 일을 저지른 나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렇게 된 참에 지금까지 말 못한 것들을 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건 더욱 속상했다. '모를 수는 없는데...' 누가봐도 명백하게 '박살'이 난 서랍장인데, 그 일을 저지를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는데, 왜, 적어도 '너가 그랬나?' '왜 그랬나?' '어쩌다 그랬나?'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이런 이야기, 왜 걸어주지 않는 걸까? 난 또 지금 이렇게 묵살당하는 것일까. 분개하면서, 나도 그것에 대해서 이제껏 다시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의 골은 그렇게 한번 더 깊어졌다. +지금도 그 서랍장은 부모님 댁에 있으나, 부모님은 그 서랍장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이제 크게 혼이 나겠구나, 각오를 했었고, 이런 일을 저지른 나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렇게 된 참에 지금까지 말 못한 억울한 것들을 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건 더욱 속상했다. '모를 수는 없는데...' 누가봐도 명백하게 '박살'이 났는데, 게다가, 그 일을 저지를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는데, 왜, 적어도 '너가 그랬나?' '왜 그랬나?' '어쩌다 그랬나?'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이런 이야기, 왜 걸어주지 않는 걸까? 난 또 지금 이렇게 묵살당하는 것일까. 분개했었다. 그리고, 분을 삭히면서, 나도 그것에 대해서 다시는 말하지 않아야겠다로 결심한다. 우리 사이의 골은 그렇게 한번 더 깊어졌다. \*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그것에 대해서 말을 꺼냈어야만 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화가 난 것은, 그들의 잘못이고, 내가 그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할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은 아니고, 오히려 그것을 발견해 주지 않는 그들의 잘못이다, 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왜곡된 소리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남남이라고 생각해보면, 합리적으로 따져본다면, 왜 내가 먼저 그것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이 남기는 한다. 애초에 내가 화가 난 것은, 그들의 잘못이었고, 내가 그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것을 지적해 주지 않은 그들이 잘못이다, 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왜곡된 소리일 수도 있다. -그 쪽에서 말을 안거는 것이라면, 그 쪽도 이 쪽이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실, 이러한 폭력이 왜 생겨낫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이 폭력 그 자체에 대해서, 사과함으로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 폭력의 연쇄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것을 '연쇄'로 인정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냥 또 다른, 과거의 폭력에 대해서 말을 꺼낼 수 있다. +그 쪽에서 말을 안거는 것이라면, 그 쪽도 이 쪽이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실, 이러한 폭력이 왜 생겨낫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이 폭력 그 자체에 대해서, 사과함으로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 폭력의 연쇄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것을 '연쇄'로 인정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냥 또 다른, 그들에 의해서 가해진 '과거의 폭력'에 대해서 말을 꺼내면 되는 것일 수 있다. + +다만, 약자의 트라우마라는 것이 있다. 이 두가지의 폭력은 동등한 선 상에서 논의될 수가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부모에게 받은 폭력이나 억압은 그것이 저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즉, 일방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하면, 좀처럼 그 트라우마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러니까, 그 상황속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이, 다시금 대등한 존재가 되어서, 이전의 사건을 담담하게 사과하고, 그 전의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게 해명을 요구한다거나 이런 일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어느정도 나의 존재가 확고해져서, 이쪽에서 먼저 사과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둥 하는 소리를 할 수도 있게 된것이지. \* @@ -277,7 +279,7 @@ \* -나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소리짱이 너무 물어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게 같이 사는 원정씨 손은 안물고요, 저의 손만 골라서 물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손으로 놀아줘서 그렇다고는 하던데,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명언을 하셨는데, '소리짱한테, 밑 보였나봐요.' 라고. 아, 그러니까, 서열에서 자기보다 밑에 서열인 존재로 파악한 듯하다고. '네?...'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수의사 선생님한테 소리짱이 너무 물어서 힘들어요. 그리고, 그게 같이 사는 원정씨 손은 안물고요, 저의 손만 골라서 물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손으로 놀아줘서 그렇다고는 하던데,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명언을 하셨는데, '소리짱한테, 밑 보였나봐요.' 라고 하시면서, 웃어넘기기만 하셨다. 아, 그러니까, 서열에서 자기보다 밑에 서열인 존재로 파악한 듯하다고. '네?...'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 \* @@ -285,11 +287,11 @@ \* -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지식도,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가슴속에 불만을 쌓고 있다가. 기분 좋게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 그릉그릉하다가, 쓰다듬어주는 내 손을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서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이성을 잃고, 오로지 물어 뜯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지식도,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가슴속에 불만을 쌓고 있다가. 기분 좋게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 그릉그릉하다가, 쓰다듬어주는 내 손을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서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이성을 잃고, 오로지 물어 뜯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마치, 내가 서랍장을 열고 닫다가 정신줄을 놓고, 서랍장을 때려 부셨던 것 처럼. 나는 웬지 두가지 사건이 닮아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려나. \* -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일종의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소리짱이 다가오면 완전히 도망을 가기로 했다. 서로 모르는 고양이, 모르는 사람이 되자. 절대로 만지거나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리짱은 원정씨에게만 갈 수 있었고, 관계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다소 격이 있는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격식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적인 관계를 원하면서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무는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길들여보려고 노력했다. '고양이는 길들 일 수가 없어요.' 라고 인터넷은 절망적으로 말했다. +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일종의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소리짱이 다가오면 완전히 도망을 가기로 했다. 서로 모르는 고양이, 모르는 사람이 되자. 절대로 만지거나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리짱은 원정씨에게만 갈 수 있었고, 관계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다소 격이 있는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격식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쏟아 놓으면서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물던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가르쳐 보려고 노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