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6560040..a66e039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129,7 +129,7 @@ 이미 늦었지만, 마지막 한 판은, 나도 눈을 감고 게임에 참여해 본다. 내가 눈을 감으면, 우리는 동등해진다. 나는 장난감을 흔들다가 바닥에 내려놓는다. 귀를 쫑긋 세워서 소리짱을 들어본다.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다. 숨을 죽이며, 포식자 앞에 놓인 어떤 작은 벌레의 심정을 떠올린다. 하늘에서 독수리처럼 나꿔채가는 그 포식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나는 아직 듣지도 못했는데, 내 몸은 그의 발톱에 어느새 찢겨져 있는 것이다. 으아. 눈을 감고 있으면, 소리짱이 다가오는 걸 전혀 파악할 수가 없다. 나는 시각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감각을 갖지 못한, 소리적으로 열등한 존재이다. -4:실수들-트라우마 +4:트라우마 ------------------- 나이가 들면서, 부딪히는 것을 조금 신경쓰기 시작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여기에는 몇번의 사건들이 계기가 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탈리아에 여행 가서 사왔던 예쁜 찻잔이 테이블위에 있었는데, 소리짱이 테이블 위로 돌아다니다가, 부딪혀서 떨어뜨려서 산산조각이 난 적이 있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짱 정말 밉다고 나무랐다. 고래고래고래고래. 그런다음에는, 삼각형 네모가 그려진 또 다른 찻잔을 비슷한 방식으로 깨서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애초에 테이블에서 떨어지기 쉽게 놓여져있던 것도 잘못이었지만, 나는 잘 탓하는 사람이었다. 너 때문이야. 너가 책임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