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git a/content/pages/sori/index.txt b/content/pages/sori/index.txt index 10ab8c7..cc91c48 100644 --- a/content/pages/sori/index.txt +++ b/content/pages/sori/index.txt @@ -160,93 +160,6 @@ 아무튼,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소리짱도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상처가 다 나아가자, 어김없이 또, '문을 열어라!', '지금 당장 밖에 나가야겠다!' 호통을 치기 시작해서, 집사의 철저한 동행을 전제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전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낸다던가, 이런것은 더이상 없고, 산책에 동행하는 우리들도 한시간이고 마냥 옥상에 앉아있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 바람을 즐기고, 새들과 담소는 할 시간이 없이, 서둘러 들어와야 하게 되었다. -* - -소리짱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 너와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 -* - -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다.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 -그렇지만, 소리짱을 보면, 너무 잘해, '다운-캣' 스트레칭. 종종 보여주는데,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노력해본다. - -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라고,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 다운-독. 발꿈치 바닥에, 꾹. 눌러줍니다.' -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이 무한 스트레칭, 냥-스트레칭 시전할 때 마다. '와.....' -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 -* -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이라고 말했다. - -어느, 산후조리를 위한 케겔운동 가이드 동영상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라니, 내 허리가, 내 골반이 지금 이 매트리스 위에서, 이 매트위에 이렇게 놓여있는 내 허리춤이, 뜨거운 아스팔트위에서 물기를 줄줄 흘리면서,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처럼. 그렇게 놓여있다니. 녹아, 흘러, 내려. - -케겔 운동은, 항문을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라는데, 출산 후 산후조리에도 좋고, 남성은 전립선 강화에도 좋단다, 여튼 성감도 좋아진다고 하고.. - -조이는 과정에서 실로 꽤메져서 위로 당겨지는 느낌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뭐랄까. 알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내가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내 코끝에서 내 항문을 동그랗게 단추처럼 꿰매면서, 회음부를 지나 음경을 통과해서, 귀두 끝에 오줌구멍을 좌우로 한번 관통해서 흰 명주실이 팽팽하게 당겨 올려지는 것에 대한 명상. - -* - -소리짱 [1] 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 너와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 -* - -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어.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 -그렇지만, 소리짱을 보면, 너무 잘해, '다운-캣' 스트레칭. 종종 보여주는데,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노력해본다. - - -아스팔트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 된 '나'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 -그것이 어찌나, 평화로운 장면인지 모른다. - -아무런 고민도, 의식도 없다, 얼음이 된 나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얼음은 녹아내리고, 그것으로 끝이 난다. 더이상 어떤 고민도, 어색함도, 불안도 가질 수 있는 '의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 사물. 무생물. - -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 -흉식 호흡과 복식 호흡이 있다. 사실, 형은 교회에서 찬양단원이었는데, 합창과 중창. 이런것들에 대해서 무언가 매료라도 된것인지. 꽤나 열심히 했었다. 대학에 가서도 합창단에 들어가서 활동했었다. 어쨌든 그래서, 대학 생활을 하던 시절에 항상 노력하던 것이, 복식 호흡이란 것인데, 나는 그것을 좀 따라해보려고 노력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나? 했었는데, - -그래서, 흉식 호흡은 나쁘고, 복식 호흡은 좋다. 라는 이분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내가 따라 하는 유투브 요가에서는 사실, 두가지를 다 사용하고 훈련하고 있었지. 흉식 호흡은 또 그 나름대로 다른 묘미가 있다. 산소포화도를 강하게 올리는 느낌이 주는 운동감도 있다. 숨은 숨이다. 좋은 숨과 나쁜 숨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 -몸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고 지낸다. 그럴수록 더, 어떤 수행에 있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 - -소리짱에 대한 이야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사실 어떤 폭력에 대한 것이다. 폭력. 나는 소리짱을 죽으라고, 발로 걷어찬 적이 있었다. - -* - -그런데, 나의 생각이나 관점이란 것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어느 한가지로 말할 수가 없다. - -나는 계속해서 방황하는 사물이거나, 동물이다. - -* - -편집자님이 '아, 이런 이야기들을 이대로 실는 것이 좋을까요?' 하고 물었다. 나는, '글쎄요, 아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지 않을까요?' 라고 늑장을 부렸다. - -나는, 늑장을 부리는 것이 일생의 사업이다. 언제나 늑장을 부리고 앉아있다. 나무늘보라는 동물이 있는데, 실제로 본적은 없다만, 어린이 과학만화책에 그려진 나무늘보의 모습과 형태는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다. - -어지간히도 그 동물이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싶기도 하다. 너는 마치, 하나의 비닐봉다리처럼 나뭇가지에 긴 두팔로 메달려있었다. 그 늘어진 팔이란, 정말 아스팔트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두말할 것도 없이, 중력에 오로지 지배당하는 축 늘어진 팔이었다, 그것은 더이상 생명체의 그것도 아닌 것 처럼, 마치 수박이 든 비닐봉지의 손잡이 부분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것 처럼, 정확하고 물리적으로 효율적인 타원을 그리며, 너의 익살스러운 얼굴과 몸덩어리를 그 주머니 안에 그저 담고만 있는 것이었다. 저러고 열두시간이고 메달려있을수 있다던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간에 세상 모릅니다 하고, 그저 메달려 있기만 할 수가 있다는 것이 너의 일상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아. 하고 눈이 멈춰버렸다지. - -고양이는 원래 그렇게 '냐옹, 냐옹' 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었다. '냐옹, 냐옹' 하는 것은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집사들한테 말을 거는 것이거나,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이지, 그들의 언어생활속에 '냐옹, 냐옹'이란 것이 그다지 유의미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였다. 여튼, 소리짱도 말 수 없는 고양이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갑자기, 우리들의 말을 따라하기 시작을 했다. 마치, 말을 거는 것과 같이. 그러고 나서, 나의 분노조절장애도 시작되었다. - -피가 나도록 깨물어서, 나의 분노를 있는대로 사는 소리짱이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손 무는 고양이 버릇 고치는 방법들이란 것들도, 다 눈이 보이는 고양이를 위한 것들이었는지 잘 되지를 않았다. 일단 눈을 마주보고, 권위있게 내려다 보는 시선... 이런것은 상대방이 눈이 없으니까, 잘 될리가 없지 않나. - -그러니까, 마찰이 안그래도 어린 소리짱에게 없을리가 없다. 다음 문제는 쉬를 하는 문제인데, 처음에는, 시멘트 같은 회색 색깔의 모레 화장실을 사용했었는데, 금방 적응을 잘했었다. 그런다음에는 두부모래로 바꿨는데, 아 이게, 바꾸는게 정말 싫은 건지.. 맘에 안드는 건지, 냄새가 나는 건지, 이불에도 쉬하고, 방에도 쉬하고, 방광염도 자주 걸려서, 그것때문에 쉬하고, 옷에도 하고, 내 다리에도 쉬하고. - -눈이 안보이니까, 탁자위에 두었던 아끼는 찻잔들도 몇개 소리짱 너가 깨먹었지! - -암튼, 그래서 소리짱이 물어서 내가 했던 행동이 같이 무는 것이었다. 아니, 동물로서 예의를 모른다길래, 가르쳐줘야겠다. 나도 물어야지하고.. 물었는데 - -귀 끝을 물어서 귀 끝이 살이 약간 2미리 정도 떨어졌는데, '맛 좀 봐라. 통쾌하다!' 했었는데, 이게 아, 금방 자랄줄 알았는데, 몇개월이 지나도, 귀에서 떨어진 살점이 회복이 안되는 거야. 아니, 이게 계속 그 부분이 그 상태로 이쁜 귀가, 타원으로 이쁘게 생겼는데, 거기만 쪼금 살점이 떨어져있어 가지고, 아, 내가 진짜, 안타깝고 미안했었는데, 소리짱은 모 사실 상관도 하지 않고, 그냥 물고, 쉬하고, 사고치는 것은 여튼 그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 -다행이 한 일년 좀더 지나면서는 없어지더라, 너무 다행이지. - 4:폭력 -------------------------- @@ -254,7 +167,7 @@ \* -고양이와 집사라는 프레임에서는 귀여운 고양이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오직 집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고양이는 지능 발달이 인간으로 치면, 두 살 반에서 멈춘다고 한다. 처음으로 찾아갔던 동물 병원의 원장 선생님은 소리짱을 '아가'라고 부르셨다. 그리고, 나는 그 아가의 보호자였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반려동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하면, 그 문제는 일방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좀 불만이다. +고양이와 집사라는 프레임에서는 귀여운 고양이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오직 집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고양이는 지능 발달이 인간으로 치면, 두 살 반에서 멈춘다고 한다. 처음으로 찾아갔던 동물 병원의 원장 선생님은 소리짱을 '아가'라고 부르셨다. 그리고, 나는 그 아가의 보호자였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반려동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하면, 그 문제는 일방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어딘가 좀 불만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 @@ -316,4 +229,80 @@ '소리짱, 미안하다.' 말로는 사과하긴 했다만, 말이 안통하는 소리짱에게 말로 사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는 모르겠어서, 허공에 던지는 것 같이 내 목소리는 던져지고 있었고, 소리짱은 무슨 일이있었다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고, 아랑곳하지 않는다면서, 오랜만에 내 무릎에 자기 얼굴을 비벼대며 좋아하고만 있었다. + +5:대화 +-------------------------- + +소리짱이 먼저 시작한 것 같기는 하다. 한 두살 조금 지날때쯤이었을까? 어느날 문득 소리짱이 냐-옹, 냐-옹을 조금 이렇게 저렇게 연습하는 듯하더니, 뭔가 사람이 말을 하는 것 처럼 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 +"아... 지금 이거는 뭔가, 우리한테 말하는 것 같지 않아?" + +특별히, 사람의 말을 따라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정씨와 내가 주고 받는 대화를 하루종일 듣다보니, 뭔가 느끼는 게 있었던 걸까? 어떤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는, 환청 같은 것이 들리는 듯 느껴지기 시작하기도 했다. + +'아니, 집에 왔으면, 밥부터 줘야지, 이제 들어와가지고!' + +타박타박 거릴 때도 있고, + +'아, 나 힘들었다. 너넨 밖에서 잘지냈고? 하. 기운 없네.' + +털썩 주저 앉을 때도 있고, + +'그러니까, 내 말이, 이야기 하잖아 내가, 너무 심심하다고, 지금,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거. 뭔가 냥 복지 아이템 이런거 하나 들일 생각없어?' + +조목조목 따질때도 있고. + \* + +사실은 그냥 수다쟁이의 수다를 떠는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하는데 재미라도 붙였는지, 자꾸 뭐라뭐라 하네. + +그러면, 나도 나름의 대답을 한다. 환청으로 들린 이야기에 대답을 하는 것이다. + +"밥, 그래, 그거 쫌 있다가 준다. 집에 와서 바로 밥 주면, 백발백중 허겁지겁 먹다가, 토하니까. 니가 밥 생각 고만두면, 그때 주지." + +"우린, 뭐 잘 지냈는데, 왜 힘드나? 어디 아프나?" + +"그니까, 캣타워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너무 비싸가지고, 하나 만들까? 하다가, 이 모양이네. 원정씨가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기달려봐." + +\* + +뭐,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냥 내용없이 대답이 가능하게 되었다. + +"냐-, 냐아..., 냐-라라라 압! 냐오.." + +이렇게? + +그러면 소리짱이, + +"냐-" + +하고, 한번 대답해주기도 하고. + +\* + +사실, 감정이란 것이 들리니까, 감정만 담아서 대답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머리를 쓰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가능하다. 무한정 수다를 떠는 것 처럼. + +\* + +소리짱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과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 +\* + +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다.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그런데, 유투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운-독!' 이라는 선생님의 외침에 '발바닥, 아래로, 꾹!' 이라는 선생님의 단호한 라임에 부들부들 따라하는 나를 무슨 테레비 보듯이 바라보는 것을 소리짱은 꽤 즐긴다. + +'또 왔네, 또.. 놀리려고 왔냐.' + +소리짱은 '다운-독' 너무 잘한다. 자다 일어나면, 으레 '다운-캣' 스트레칭으로 어깨와 허리를 쫘-악 펼쳐주시는데, 너무나 시원해 보인다.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발바닥을 꾹 눌러본다. + +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의 냥-스트레칭이.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 +\* +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이라고 말했다. 어느, 산후조리운동 유투브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라니, 내 허리가, 내 골반이 지금 이 매트리스 위에서 녹아 흘러 내리고 있다. 그것이 어찌나, 평화로운 장면인지 모른다. + +아무런 고민도, 의식도 없다, 얼음이 된 나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얼음은 녹아내리고, 그것으로 끝이 난다. 더이상 어떤 고민도, 어색함도, 불안도 가질 수 있는 '의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 사물. 무생물. + +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 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 +\* + +'소리짱,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