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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6-08 18:3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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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내가 먼저 사과했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내가 그랬어야 한다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내가 먼저 사과했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내가 그랬어야 한다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이제껏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어느날 갑자기 부서진 서랍장은 아마도 알고 계셨겠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관련된 책임을 질 의사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 사건 이전에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분개한 나머지 벌어진 일인데,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고자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영원히 당신들을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다.' '어느날 갑자기 부서진 서랍장은 아마도 알고 계셨겠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관련된 책임을 질 의사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 사건 이전에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분개한 나머지 벌어진 일인데,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고자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영원히 당신들을 용서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었을까. 내가 먼저 주도적으로? 그러고 보면, 이 사건은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야 할 사안이라는 무언의 메세지로서의 침묵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글로 적는 것도 사실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처음에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당했던 것일까. 내가 하지 않은 일,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의도를 나에게 씌우고 나무라고 체벌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냥 이제는 돌아갈 수가 없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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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의 폭력은 동등한 선 상에서 논의될 수가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부모에게 받은 폭력이나 억압은 그것이 저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즉, 일방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하면, 좀처럼 그 트라우마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러니까, 그 상황속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이, 다시금 대등한 존재가 되어서, 이전의 사건을 담담하게 사과하고, 그 전의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게 해명을 요구한다거나 이런 일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어느정도 나의 존재가 확고해져서, 이쪽에서 먼저 사과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둥 하는 소리를 할 수도 있게 된것이지. 나는 나름대로 많이 노력해서, 위의 어색한 가상의 사과문을 작성해내긴 했는데, 역시 이건 아니구나 싶다. 사과를 하고 있는 건지, 고소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결국은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는가. 아아. 보복이란 없다.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다, 사과할 준비가.
?????
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족이 아니라, 완전히 남남이라고 하면, '왜 내가 먼저 내가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긴 하다. 애초에 내가 화가 난 것은, 그들의 잘못이었고, 그래서 내가 부린 폭력과 파괴도 그러니까 그들의 잘못일 뿐이다 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왜곡된 입장일 수도 있다.
그 쪽에서 말을 안거는 것이라면, 그 쪽도 이 쪽이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실, 이러한 폭력이 왜 생겨낫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이 폭력 그 자체에 대해서, 사과함으로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 폭력의 연쇄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것을 '연쇄'로 인정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냥 또 다른, 그들에 의해서 가해진 '과거의 폭력'에 대해서 말을 꺼내면 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약자의 트라우마라는 것이 있다. 이 두가지의 폭력은 동등한 선 상에서 논의될 수가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부모에게 받은 폭력이나 억압은 그것이 저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즉, 일방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하면, 좀처럼 그 트라우마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러니까, 그 상황속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이, 다시금 대등한 존재가 되어서, 이전의 사건을 담담하게 사과하고, 그 전의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게 해명을 요구한다거나 이런 일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어느정도 나의 존재가 확고해져서, 이쪽에서 먼저 사과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둥 하는 소리를 할 수도 있게 된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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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연쇄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것을 어떻게 좀 해야 한다. 폭력은 연쇄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아니어야 한다. 공격에는 방어가 있다. 방어를 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렇지만, '공격과 방어', '폭력과 정당방위', 그리고, '폭력과 보복' 은 다들 섬세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쌍이다. 언제부터인지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폭력은 연쇄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것을 어떻게 좀 해야 한다. 폭력은 연쇄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아니어야 한다. 폭력 사건은 하나의 단절된 '의지'이자, 매 순간의 고유한 선택이다. 따라서, '보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다른 폭력이 존재할 뿐이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이 굴레를 벗어나갈 수 있는 방도는 없다.
공격을 방어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거나, 방어를 할 수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거나. 그런것은 애초에 폭력을 가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정당방위란 폭력에 대한 방어와 자기 보존을 위해 취한 행위가 상대방을 향한 반격의 형식을 취하게 되었을 때를 말한다면, 역시 애초에 폭력의 존재에 대해서 이것이 말하는 것은 없다. 요컨대, 폭력은 하나의 '의지'이자, 고유한 '선택'이다. 따라서, '보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다른 폭력이 존재할 뿐이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굴레를 벗어나갈 선택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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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지식도,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법도 하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다만, 소리짱은 그것을 나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실패하게 되고, 가슴속에 불만을 쌓고 있다가. 기분 좋게 내 옆에 행복하게 앉아, 그릉그릉하다가, 쓰다듬어주는 내 손을 살짝 물었는데, 갑자기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서 분노에 사로잡힌다거나 해서, 이성을 잃고, 오로지 물어 뜯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거나. 뭔가 그런 사정이 있었을테지. 마치, 내가 서랍장을 열고 닫다가 정신줄을 놓고, 서랍장을 때려 부던 것 처럼. 나는 웬지 두가지 사건이 닮아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려나. 애초에, 왜 그렇게나 물었을까. 이유는 있었을 것 같다. 처음하는 집사가 지식도, 성실함도 그럭저럭이다보니, 무언가 소리짱을 화나게 하는 실수를 범했을 것이다. 그런게 한둘은 아니겠지. 아마도 소리짱은 그것에 대해서 나와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었다. 불만은 가슴 속에 쌓여있지만,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날도 처음에는 내 옆에 앉아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릉그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쓰다듬어주는 내 손을 살짝 물었을 뿐인데, 갑자기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서 분노에 사로잡히면서, 이성을 잃고, 오로지 나를 물어 뜯는 것 밖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마치, 내가 서랍장을 열고 닫다가 정신줄을 놓고, 서랍장을 때려 부수게 되었던 것 처럼. 나는 웬지 두가지 사건이 닮아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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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리짱에서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일종의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소리짱이 다가오면 완전히 도망을 가기로 했다. 서로 모르는 고양이, 모르는 사람이 되자. 절대로 만지거나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리짱은 원정씨에게만 갈 수 있었고, 관계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다소 격이 있는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격식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쏟아 놓으면서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물던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가르쳐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소리짱에게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본, 원정씨는 맹 비난을 했다. 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일종의 격리에 들어갔다. 나는 소리짱이 다가오면 완전히 도망을 가기로 했다. 서로 모르는 고양이, 모르는 사람이 되자. 절대로 만지거나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리짱은 원정씨에게만 갈 수 있었고, 관계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소리짱은 원정씨와는 다소 격이 있는 관계를 즐기는 편이고, 나와는 격식없이 감정을 쏟아내는 관계를 해왔었다.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쏟아내곤 했었다. 이제, 내가 없어지니까 머지 않아, 원정씨한테도 감정을 쏟아 놓으면서 무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아직, 나를 물던 것 처럼 세게 무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물지 않게 하고, 물려고 할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고, 그것들을 하면서 소리짱을 가르쳐 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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