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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6-08 02:5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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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실을 쓰던 분이 기르던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그 고양이들도 손바닥만큼 작을 때 부터 길러졌는데, 몇번 주인분의 부탁으로 돌봐준적이 있기는 했었다. 이제는 베테랑 캣맘이 되신 그 분께 긴급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만화책에서 본 대로,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라고 줬는데,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는다. 다만, 화목난로 옆에서 오똑이처럼 서서 쉬고 있는 소리짱은 이따금씩 웅크린 몸의 균형을 잃는 듯한 동작을 했다. 지금 비틀거린건지, 아니면 꾸벅하고 졸고 있는 건지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예전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실을 쓰던 분이 기르던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그 고양이들도 손바닥만큼 작을 때 부터 길러졌는데, 몇번 주인분의 부탁으로 돌봐준적이 있기는 했었다. 이제는 베테랑 캣맘이 되신 그 분께 긴급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만화책에서 본 대로,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라고 줬는데,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는다. 다만, 화목난로 옆에서 오똑이처럼 서서 쉬고 있는 소리짱은 이따금씩 웅크린 몸의 균형을 잃는 듯한 동작을 했다. 지금 비틀거린건지, 아니면 꾸벅하고 졸고 있는 건지 잘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일단, 얼굴 한 쪽이 상처 딱지 같은 것으로 덮여있어서 치료가 시급해 보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동물병원을 수소문했다. 베테랑 캣맘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 받은 동물병원에서는 길냥이를 인보하는 조건으로 치료비와 수술비를 크게 할인해주셨다. 여기서 '수술' 이란, 안구적출 수술을 말하는 것이었다. 소리짱은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이었는데, 이를 눈치챈 어미고양이가 다른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리로부터 밀어내어 버린 것이라고 의사선생님은 말했다. 게다가, 발견된 시기에 이미 한쪽 눈은 실명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쪽 눈도 백내장이 심하게 온 상태여서, 조금이라도 시력을 살릴 수 있을지, 약을 써서 치료해 보겠노라고 하셨지만, 며칠 후, 전화로 상태가 악화되어서 나머지 한쪽 눈도 수술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갑자기 소리짱은 시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소리'라는 이름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있었다. 소리짱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줄 존재의 이름, '소리' 일단, 얼굴 한 쪽이 상처 딱지 같은 것으로 덮여있어서 치료가 시급해 보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동물병원을 수소문했다. 베테랑 캣맘 지인의 추천으로 소개 받은 동물병원에서는 길냥이를 인보하는 조건으로 치료비와 수술비를 크게 할인해주셨다. 여기서 '수술' 이란, 안구적출 수술을 말하는 것이었다. 소리짱은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이었는데, 이를 눈치챈 어미고양이가 다른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리로부터 밀어내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게다가, 발견된 시기에 이미 한쪽 눈은 실명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쪽 눈도 백내장이 심하게 온 상태여서, 조금이라도 시력을 살릴 수 있을지, 약을 써서 치료해 보겠노라고 하셨지만, 며칠 후 전화로 상태가 악화되어서 나머지 한쪽 눈도 수술로 제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갑자기 소리짱은 시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소리'라는 이름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있었다. 소리짱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줄 존재의 이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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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은 수술을 잘 마쳤다고는 하지만, 영양실조여서 수액을 맞으면서 입원치료도 받고 퇴원했다. 집에 와서도 기운이 전혀 없어서, '잘 회복할 수 있으려나', 걱정하게 했다. 게다가, 눈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 수업도 받아야 했다. 화장실 모래에 쉬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래를 촉각으로 감지하자 금방 참았던 쉬를 하고, 모래를 덥고 아주 익숙하게 잘하는 걸 보니 놀라웠다. 소리짱은 수술을 잘 마쳤다고는 하지만, 영양실조여서 수액을 맞으면서 입원치료도 받고 퇴원했다. 집에 와서도 기운이 전혀 없어서, '잘 회복할 수 있으려나', 걱정하게 했다. 게다가, 눈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 수업도 받아야 했다. 화장실 모래에 쉬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래를 촉각으로 감지하자 금방 참았던 쉬를 하고, 모래를 덥고 아주 익숙하게 잘하는 걸 보니 놀라웠다.
반면, 밥을 잘 안먹는 바람에 영양실조가 다시 생기려고 했다. 고양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면, 등가죽을 손으로 움켜잡은 후에 놓고, 등가죽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빠르게 돌아간다면, 괜찮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번씩 녀석의 등가죽을 당겨보면서, 사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디 다른 곳이 아픈데가 있는 것인지 초조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반면, 밥을 잘 안먹는 바람에 영양실조가 다시 악화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면, 등가죽을 손으로 움켜잡았다가 놓고, 잡아 당겨졌던 등가죽이 펴지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빠르게 돌아간다면, 괜찮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번씩 녀석의 등가죽을 당겨보면서, 사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디 다른 곳이 아픈데가 있는 것인지 초조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문제의 원인은 뜻밖에도 먹이가 제공되는 방식에 있었다. 소리짱은 젖을 떼기 전에 엄마와 헤어져서, 빨아서 먹던 젖 이외에, 그릇에서 핧아서 섭취하는 음식물이란 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고양이 간호사분이 초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톡톡 발라주면서 먹는 것이라는 가르쳐주었고 그제서야, 소리짱은 봇물터지듯이 그릇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은 뜻밖에도 먹이가 제공되는 방식에 있었다. 소리짱은 젖을 떼기 전에 엄마와 헤어져서, 빨아서 먹던 젖 이외에, 그릇에서 핧아서 섭취하는 음식물이란 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고양이 간호사분이 초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톡톡 발라주면서 먹는 것이라는 가르쳐주었고 그제서야, 소리짱은 봇물터지듯이 그릇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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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과 우리 사이의 관계는 아직 시작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소리짱을 괴롭히는 사람들이었다. 병원에 강제로 데려가고, 입원을 시키고, 수술을 시키고, 약을 먹이고, '사료'라는 이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하고, 그러고 나면 피곤해져서, 다 같이 잠을 잤다. 일단은, 어서 건강해지기를. 소리짱과 우리 사이의 관계는 아직 시작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소리짱을 괴롭히는 사람들이었다. 병원에 강제로 데려가고, 입원을 시키고, 수술을 시키고, 약을 먹이고, '사료'라는 이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하고, 그러고 나면 피곤해져서, 다 같이 잠을 잤다. 일단은, 어서 건강해지기를.
하지만, 소리짱은 한없이 우울해보였다. 엄마한테 버림 받고, 형제들이랑 떨어져서, 고생도 많이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우울은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살아 남기는 했는데,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리짱은 한없이 우울해보였다. 엄마한테 버림 받고, 형제들이랑 떨어졌고, 고생도 많이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우울은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살아 남기는 했는데,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것 같았다.
3:추억들 3:추억들
아직 돌봄이 필요한데, 집에 혼자 둘수가 없어서, 작업실로 함께 출퇴근을 했다. 처음에는 이동장에 넣어서, 자전거 뒤에 싣고, 이동했었는데, 엄청나게 울고, 이동장 안에 쉬도 하고, 뭔가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 같았다. 한번은 이동장에 안들어가려고 하면서 내 몸에 찰싹 들러붙길래, 그대로 내가 즐겨 입던 초록색 솜잠바 속에 소리짱을 넣고 자크를 올리고 자전거를 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이었다. 지금도 소리짱이 그 자켓은 기억하는 것 같다. 원래는 고양이를 데리고 외부에서 이동할 때는 고양이가 놀라면 찻길로 튀어 나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동장에 넣거나, 몸줄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몸줄 같은 게 없기도 했고 소리짱은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심장소리나, 온기를 느끼지 않으면, 안심이 안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보자고, 잠바의 자크를 꽉 올려서 채우려고 하면, 소리짱은 저항하면서 자켓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 바람을 맞겠다고 했다. 우리는 소리짱이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돌봄이 필요한데, 집에 혼자 둘수가 없어서, 작업실로 함께 출퇴근을 했다. 처음에는 이동장에 넣어서, 자전거 뒤에 싣고, 이동했었는데, 엄청나게 울고, 이동장 안에 쉬도 하고, 뭔가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 같았다. 한번은 이동장에 안들어가려고 하면서 내 몸에 찰싹 들러붙길래, 그대로 내가 즐겨 입던 초록색 솜잠바 속에 소리짱을 넣고 자크를 올리고 자전거를 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이었다. 지금도 소리짱이 그 자켓은 기억하는 것 같다. 원래는 고양이를 데리고 외부에서 이동할 때는 고양이가 놀라면 찻길로 튀어 나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동장에 넣거나, 몸줄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몸줄 같은 게 없기도 했고 소리짱은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심장소리나, 온기를 느끼지 않으면, 안심이 안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보자고, 잠바의 자크를 꽉 올려서 채우려고 하면, 소리짱은 저항하면서 자켓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 바람을 맞겠다고 했다. 우리는 소리짱이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야, 자전거 태워주니까, 오백원 내라.' '야, 자전거 태워주니까, 오백원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