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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3,47 +263,47 @@ 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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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뭐 잘 지냈는데, 왜 힘드나? 어디 아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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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니까, 캣타워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너무 비싸가지고, 하나 만들까? 하다가, 이 모양이네. 원정씨가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기달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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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냥 내용없이 대답이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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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냐아..., 냐-라라라 압! 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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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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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소리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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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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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한번 대답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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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정이란 것이 들리니까, 감정만 담아서 대답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머리를 쓰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가능하다. 무한정 수다를 떠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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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과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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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다.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그런데, 유투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운-독!' 이라는 선생님의 외침에 '발바닥, 아래로, 꾹!' 이라는 선생님의 단호한 라임에 부들부들 따라하는 나를 무슨 테레비 보듯이 바라보는 것을 소리짱은 꽤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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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네, 또.. 놀리려고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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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은 '다운-독' 너무 잘한다. 자다 일어나면, 으레 '다운-캣' 스트레칭으로 어깨와 허리를 쫘-악 펼쳐주시는데, 너무나 시원해 보인다.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발바닥을 꾹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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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의 냥-스트레칭이.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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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이라고 말했다. 어느, 산후조리운동 유투브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라니, 내 허리가, 내 골반이 지금 이 매트리스 위에서 녹아 흘러 내리고 있다. 그것이 어찌나, 평화로운 장면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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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고민도, 의식도 없다, 얼음이 된 나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얼음은 녹아내리고, 그것으로 끝이 난다. 더이상 어떤 고민도, 어색함도, 불안도 가질 수 있는 '의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 사물. 무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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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 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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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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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소리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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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한번 대답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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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감정이란 것이 들리니까, 감정만 담아서 대답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머리를 쓰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가능하다. 무한정 수다를 떠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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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짱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과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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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 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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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짱,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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