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lines
8 KiB
ReStructuredText
81 lines
8 KiB
ReStructuredText
sori
|
|
####
|
|
|
|
| 오늘의 검은화면은 무언가, 뿌옇고, 흐리다.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는가? 소리들이 눈을 잘 감고 있는가. 분자들이 잘, 숨쉬고 있는가. 열쇠가, 전구가, 쨈이.
|
|
|
|
|
| 가지가, 물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파란색.
|
|
|
|
|
| 귀를 막고, 또 그 위에, 헤드폰을 낀다. 음악을 크게 튼다. 귀를 막고, 귀는 맑고.
|
|
|
|
|
| 엇그제였나, 어떤 작가를 두고, 원정이 '빅네임'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였는지, 무언가 그 사람의 작업과 태도를, 그 미술계 미술-미술 거리는 '짓'을 보고 있자니, 혐오가 치고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분개를 혹은 그 혐오를 사방팔방에 내뿜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
|
|
|
|
| 오늘도 말이다. 누군가가, 연구모임같은 것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었는데, 예상되는 멤버들을 보면, 꽤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 - 그러니까, 뭘 '내놓으라' 는 걸까. - 아무튼, 내놓으라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 다이아몬드 처럼 박혀서 빛이 나고 있더라. 모지? 부러운걸까, 나는. 아님 모지, 왜케 싫지 이게.
|
|
|
|
|
| 누군가의 작업 프로필 페이지를 보다가는, 또한, 울고 싶어지기도 하다가, 문득, 아- 이 사람의 작업은 나에게 괜찮은걸까. 혐오스럽지는 않은데, 다만, 눈물이 날것 같은 이유는 뭘까, 그건 그저 무슨 '작업이 좋아서요, 감동'. 같은 것이 아니라, 나를 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처지여서. 그런가, 싶다. 나도 이런데, 우리는 이렇게 해서, 잘 지낼수 있는 걸까.
|
|
|
|
|
| 그렇다면, 이런 '빅네임'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사실, 좋은 걸까. 나는 이들과 이들이 속하려고 노력하는 세계의 그 혐오스러움을 어떻게 메타화 시키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 그래. 이런이런 조건들 속에서, 그것에 맞춰가며 이렇게 저렇게 잘, 그 기득권자와 권력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잘, 풀었구나.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별로 관심없는 그런 '저들만의 리그'에 해당하는 그렇고 그런 예술, 시나라까먹는 소리들.
|
|
|
|
|
| 근데, 일단 그래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 심사위원은 외국사람이더라, 어이가 없었다.
|
|
|
|
|
| 근데, 그래서, 상금이라는게 고작 2천만원이더라, 이건 뭐 내가 다니던 회사의 1년간 봉급에서, 보너스 정도 될까 말까한 금액이고, 지금 내가, 일용직으로 프로젝트 계약해서 1건당 받는 개발 용역 비용보다 약간 더 되는 금액에 해당하는데, 그게 고작. 그 대단한 '한국 에르메스 미술상'의 상금의 액수가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니.
|
|
|
|
|
| 이 세계가 얼마나 피폐하고, 가난하고, 열악한지 말하지 않아도 전해져 올 정도이다.
|
|
|
|
|
| 그런 상황이니, ... 결국, 그렇게 시나라까먹는 소리들을 잘 끼워 맞춰서, 하는 것을 나는 응원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나는 한국 역사/ 민족/ 문화. 그런 이야기 거대서사. 정말 혐오한단다. 그건 나와는 관계가 없어. 그냥 관계만 없으면 다행이게? 관계가 없는데, 관계를 지우는 걸 뭐라고 하니? '압제'와 '주입'이라고 한단다. 그러니, 숨이 막히고,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그런 게 바로 그런것이란다.
|
|
|
|
|
| 그런데도, 이걸 내가 받아주고, 그런 사람들이랑도 희희낙락 웃으면서 같이 작업해야 하고, 또 나도 그들처럼 되려고 잘 살펴보아야하고, '성공'해서 고작 이천만원이든, 손에 잠깐 쥐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서, 기자양반들한테도 잘 받아적으라고, 작가님 말씀 잘 읊어야 하고.... 그런거냐 지금. 아, 그런거냐 정말.
|
|
|
|
|
| 흠.
|
|
|
|
|
| \* \* \*
|
|
|
|
|
| 세상이, 잘못된 것이 많이 있다.
|
|
|
|
|
| 그건, 내가 그것들이 '잘못되었어'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인데,
|
|
|
|
|
| 그렇다는 건, 사실 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세상을 역으로 잘못된 것으로 인식 및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일 수도 있다.
|
|
|
|
|
| \*
|
|
|
|
|
|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이라고 말했다.
|
|
|
|
|
| 어느, 산후조리를 위한 케겔운동 가이드 동영상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
|
|
|
|
|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스팔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라니, 내 허리가, 내 골반이 지금 이 매트리스 위에서, 이 매트위에 이렇게 놓여있는 내 허리춤이, 뜨거운 아스팔트위에서 물기를 줄줄 흘리면서,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처럼. 그렇게 놓여있다니. 녹아, 흘러, 내려.
|
|
|
|
|
| 케겔 운동은, 항문을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라는데, 출산 후 산후조리에도 좋고, 남성은 전립선 강화에도 좋단다, 여튼 성감도 좋아진다고 하고..
|
|
|
|
|
| 조이는 과정에서 실로 꽤메져서 위로 당겨지는 느낌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뭐랄까. 알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내가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내 코끝에서 내 항문과 요도가 꿰메어진 흰 명주실이 팽팽하게 당겨 올려지는 것에 대한 명상.
|
|
|
|
|
| \*
|
|
|
|
|
| 소리짱 [#]_ 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 너와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
|
|
|
|
| \*
|
|
|
|
|
| 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어.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
|
|
|
|
| 그렇지만, 소리짱을 보면, 너무 잘해, '다운-캣' 스트레칭. 종종 보여주는데,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노력해본다.
|
|
|
|
|
| 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라고,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
|
|
|
|
|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 다운-독. 발꿈치 바닥에, 꾹. 눌러줍니다.'
|
|
|
|
|
|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이 무한 스트레칭, 냥-스트레칭 시전할 때 마다. '와.....'
|
|
|
|
|
|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
|
|
|
|
| \*
|
|
|
|
|
| 아스팔트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 된 '나'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
|
|
|
|
| 그것이 어찌나, 평화로운 장면인지 모른다.
|
|
|
|
|
| 아무런 고민도, 의식도 없다, 얼음이 된 나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는다,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만,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얼음은 녹아내리고, 그것으로 끝이 난다. 더이상 어떤 고민도, 어색함도, 불안도 가질 수 있는 '의식'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 사물. 무생물.
|
|
|
|
|
| 그럼에도, 나는 아스팔트가 따뜻하다는 것을 감각하면서, 녹아내린다. 감각할 '정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데, 왜 온기만은 감각한다고 상정하고 있을까. 신기하네.
|
|
|
|
|
|
|
|
|
.. [#] : 원래 공식적으로는 '소리'가 이름인데, 약간 일본식이랄까? ~짱을 붙여서 부른다. 게다가, 원래 ~짱이라는 건 여성에게 붙이는 접미사라는데, '소리'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성 고양이이지만, 어쨌든 입에 붙어버려서, '소리짱'이다. 소리짱에게 변명하자만, 나도 남성이지만, 두호짱으로 부르고, 불리니까, 아 그런거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하고 생각해주면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