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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숲에 둘러서서 | around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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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4-01-13T16:05:0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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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g = 'around-the-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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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둘러서서 | around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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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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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rformance 25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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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A 탈영역우정국 | Post Territory Ujeong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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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숲에 둘러서서 있었습니다. 그들이 선 길 건너편에는 빌라 한 채의 출입구가 있었는데, 그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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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진 주차금지 표지판 언저리일까하는 어둑한 곳으로부터 한줄기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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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들의 뒷편에 벽돌담벼락 저쪽 끝 둥그렇게 돌아가는 코너에 놓인 돌무더기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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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귀뚜라미 소리가 그 소리에 응답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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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르, 째르, 째르르하고. 그들 중에 하나는 그 귀뚜라미 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또 다른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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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처럼 하늘저편에서 하강하는 도심고속화도로의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를 눈치채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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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문득, 골목 저편에서, VROONG 배달 오토바이가 한 대 나타나 부다다다다 하고, 이 작은 오케스트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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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며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다지 놀라진 않았습니다. 귀뚜라미들도 사실 아랑곳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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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의 합주를 이어가고 있었지요. 두번째 귀뚜라미가 있는 모퉁이 벽돌담 안쪽에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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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또 그 반대편 골목길 어딘가 빌딩 위에 몇마리의 새들이 짹짹거리면서 이리 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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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미쳐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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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함께 소리내고 있었던가 봅니다. 귀뚜라미도 새들을 듣고 있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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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도 그들을 보고 있었고, 벽돌담도 나무를 만지고 있었고, 감나무도 안개를 듣고 있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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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숲에 둘러서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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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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