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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28 22:48:3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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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에게 존재는 어떻게 생겼으, 어떻게 들려올까. 나의 손과 나의 목관절과 나의 발자국 소리가 한 사람의 것이라는 걸, 하나의 존재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될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가 아니라, 까마귀와 배가 세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라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은 소리없는 연결을 파악할 수 있다. 청각으로는 연결된 몸을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러면, 소리짱에게 내가 걸어오는 모양은 시끄러운 양철 로봇트 처럼 팔다리목가슴발이 치렁치렁 거리는 소리나는 여러 군집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과 같이 보이는 건 아닐까? 어째서인지 저 소리들은 함께 움직이긴 하는데, 왜 손을 물면, 위에있는 항상 떠드는 입이 어딘가 아픈 듯이 소리를 낼까. 오늘 나에게 맛있는 참치캔을 준 손이 고맙긴한데, 버릇없이, '맛있냐? 고맙지?'라고 말하는 저 입은 항상 떠들기만 하는 데, 나한테 뭐가 고마워할 일을 했다는 걸까.
소리짱에게 존재는 어떻게 생겼으, 어떻게 들려올까. 나의 손과 나의 목관절과 나의 발자국 소리가 한 사람의 것이라는 걸, 하나의 존재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될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 가 아니라, 까마귀와 배가 세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라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은 소리없는 연결을 파악할 수 있다. 청각으로는 연결된 몸을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러면, 소리짱에게 내가 걸어오는 모양은 시끄러운 양철 로봇트 처럼 팔다리목가슴발이 치렁치렁 거리는 소리나는 여러 군집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과 같이 보이는 건 아닐까? 어째서인지 저 소리들은 함께 움직이긴 하는데, 왜 손을 물면, 위에있는 항상 떠드는 입이 어딘가 아픈 듯이 소리를 낼까. 오늘 나에게 맛있는 참치캔을 준 손이 고맙긴한데, 버릇없이, '맛있냐? 고맙지?'라고 말하는 저 입은 항상 떠들기만 하는 데, 나한테 뭐가 고마워할 일을 했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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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이랑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냐오옹. 우리의 언어만들기. 소리짱은 사람 흉내를 내고, 사람은 고양이 흉내를 낸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는 무언가를 말하고, 듣는다. 흉내가 아니라.
오늘의 검은화면은 무언가, 뿌옇고, 흐리다.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는가? 소리들이 눈을 잘 감고 있는가. 분자들이 잘, 숨쉬고 있는가. 열쇠가, 전구가, 쨈이.
소리짱이랑 함께 지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단,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혹은 인간이면서, 혹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가 소리짱, 너와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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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물속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파란색.
요가를 유투브 보고, 좀 따라해보고 있는데, 다운-독, 이란 자세가 있다. 처음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달까, 아래로 향하는 개의 자세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귀를 막고, 또 그 위에, 헤드폰을 낀다. 음악을 크게 튼다. 귀를 막고, 귀는 맑고.
그렇지만, 소리짱을 보면, 너무 잘해, '다운-캣' 스트레칭. 종종 보여주는데,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노력해본다.
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라고,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 다운-독. 발꿈치 바닥에, 꾹. 눌러줍니다.'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이 무한 스트레칭, 냥-스트레칭 시전할 때 마다. '와.....'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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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소리짱을 보면, 너무 잘해, '다운-캣' 스트레칭. 종종 보여주는데, 나도 동물로서 질 수 없지, 하고 생각해서 조금 더 노력해본다.
사실, 내가 개랑 같다는 점에 있어서,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럼 뭐였을까? 인간은 개보다 나은 존재라고, 우월하거나, 상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개라는 것은 많은 경우, 좋은 소리가 아니다. 개-새끼라고 한다거나, 개-같은-자식. 근데,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 다운-독. 발꿈치 바닥에, 꾹. 눌러줍니다.'
나는, 이제는 다운-독 자세가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독(dog)들이.. 그리고 소리짱이 무한 스트레칭, 냥-스트레칭 시전할 때 마다. '와.....'
생명체로서, 존경스럽다.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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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에서 녹아내리는 얼음이 된 '나'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