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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o Yi 2020-05-26 04:1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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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아마도 어딘가 가볍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가 보다. 흐린 날씨에 늦은 오후 햇살이 골목길에 내려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어떤 작은 생명체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내뿜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고양이가 텅 빈 골목길을 향해서, 텅 빈 하늘을 향해서, 찢어지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걸었다,
우리들은 아마도 어딘가 가볍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가 보다. 흐린 날씨에 늦은 오후 햇살이 골목길에 내려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어떤 작은 생명체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내뿜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고양이가 텅 빈 골목길을 향해서, 텅 빈 하늘을 향해서, 찢어지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걸었다,
"안녕, 너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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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짱은 수술을 잘 마쳤다고는 하지만, 영양실조여서 수액을 맞으면서 입원치료도 받고 퇴원했다. 집에 와서도 기운이 전혀 없어서, '잘 회복할 수 있으려나', 걱정하게 했다. 게다가, 눈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 수업도 받아야 했다. 화장실 모래에 쉬하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래를 촉각으로 감지하자 금방 참았던 쉬를 하고, 모래를 덥고 아주 익숙하게 잘하는 걸 보니 놀라웠다.
반면, 밥을 잘 안먹는 바람에 영양실조가 다시 생기려고 했다. 고양이가 영양실조에 걸리면, 등가죽을 손으로 움켜잡은 후에 놓고, 등가죽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빠르게 돌아간다면, 괜찮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번씩 녀석의 등가죽을 당겨보면서, 사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디 다른 곳이 아픈데가 있는 것인지 초조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문제는 뜻밖에 먹이가 제공되는 형식에 있었다. 소리짱은 젖을 떼기 전에 엄마와 헤어져서, 빨아서 먹던 젖 이외에, 그릇에서 핧아서 섭취하는 음식물이란 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고양이 간호사분이 초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톡톡 발라주면서 먹는 것이라는 가르쳐주었고 그제서야, 소리짱은 봇물터지듯이 그릇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은 뜻밖에도 먹이가 제공되는 방식에 있었다. 소리짱은 젖을 떼기 전에 엄마와 헤어져서, 빨아서 먹던 젖 이외에, 그릇에서 핧아서 섭취하는 음식물이란 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고양이 간호사분이 초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입에 톡톡 발라주면서 먹는 것이라는 가르쳐주었고 그제서야, 소리짱은 봇물터지듯이 그릇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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